배우 겸 가수 이정현(32)이 22일 개봉하는 영화 ‘범죄소년’으로 오랜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다. 1996년 영화 ‘꽃잎’ 이후 주목받던 그는 몇몇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긴 했지만, 가수로 더 많은 활약을 했다. 중국까지 진출했고, 중국 팬들이 상당히 많다.
이정현을 스크린으로 복귀 시킨 건 박찬욱 감독의 힘이 크긴 했지만, 강이관 감독은 우리가 모르던 이정현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데 공을 세웠다. 이정현은 지난해 박찬욱·박찬경 감독과 함께 영화 외적인 실험이 돋보이는 단편 ‘파란만장’을 찍었고, 강 감독은 ‘파란만장’을 보고 이정현에게 러브콜을 보내 괜찮은 작품을 스크린으로 선사하게 됐다.
영화는 소년원을 드나들던 범죄소년(14세 이상 19세 미만의 소년 중 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자) 지구(서영주)가 13년 만에 찾아온 엄마 효승(이정현)과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보호자가 없어 사고를 치면 소년원에 들어가야 하는 아이와 고등학생 때 아이를 낳고 집을 나갔다가 13년 만에 다시 그 아이를 찾은 엄마의 이야기, 그리고 두 사람이 부족하지만 가족이 되려는 노력이 눈에 띈다.
이정현은 “몇 번씩 설득하시는 감독님의 힘도 있었지만 미혼모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고 마음이 동했다”며 “세상에 방치돼 있고, 아무도 보호해주지 않는 현실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봤는데 엄청 울었다.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이 영화를 꼭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효승은 자신을 미혼모로 만든 사람이 생각났을 거고, 자신의 아들이 똑같은 상황을 만들어 그 현실에 화가 났던 것 같아요. 영주를 굉장히 세게 때려야 했죠. 그 전에는 영주에게 너무 잘해주고 착한 누나였는데 그렇게 때리니 놀라더라고요. 촬영 들어가기 전에 ‘이 신에서 세게 때려야 하니 각오해야 해!’ 했는데도 너무 놀라 대사를 못했어요. 한 10번 넘게 다시 찍은 것 같아요. 너무 놀란 것 같던데 미안했죠. 또 잠을 못 자 힘들었는데, 그것 빼고는 다 괜찮았어요.”(웃음)
기억해보면 힘든 촬영이었지만 배운 게 많은 작업이었다. 일단 소년원이라는 낯선 곳에 대한 편견이 줄었다. 이정현에게 소년원은 무서운 아이들이 있는 장소였는데 부모가 없어서 이곳에 오는 친구도 있고, 이야기를 해보면 너무도 순진한 아이들이었다고 했다. 그는 “영화가 나왔으니 책임감이 더 쌓이는 것 같다”고 긴장했지만, 마음만은 편한 듯 했다.
‘범죄소년’은 이정현에게는 영화계 복귀를 제대로 알리는 작품이다. 그는 “12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고 다들 반겨주신다”고 좋아했다. “‘꽃잎’을 했을 때 만났던 분들이 시사회 뒤풀이에 오셔서 반겨주셨어요. 너무나 감사했죠. 국내에서도 좋은 연기 활동을 보여 드려야 할 것 같아요. 꼭 집나갔다가 돌아온 기분이에요. 집 나갔다가 어디서 크게 한 번 혼나고 돌아온 것 같아요.”(웃음)
“솔직히 ‘꽃잎’을 어떻게 촬영했는지 기억도 안 나요. 환경이 너무 열악했고, 장선우 감독님도 무척 무서웠어요. 첫날 촬영 때 ‘네가 연기자야?’라고 화내신 뒤 촬영을 접었던 기억이 나요. 모텔 방에 들어가서 펑펑 울었어요. 다짐했죠. ‘에라 모르겠다. 정신 나간 애로 살자’라고요. 진짜 완전 미친 사람으로 살았어요. 시내에도 막 돌아다녔는데 주민들이 ‘미친X 있다’고 하고, 어떤 분은 더러워 보이는 저를 데려가서 씻겨주기도 했죠.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준 감독님의 카리스마에 감사드려요. 지금의 저를 있게 해주신 거죠.”
자신과 비슷한 나이에 연기 활동을 하고 있는 서영주에게 느끼는 것도 많을 것 같다. 이정현은 “엄마가 항상 옆에서 지켜봐주는 게 보기 좋더라”며 “나는 일부러 집중을 많이 하고 싶어서 엄마와 같이 안 다녔다. 하지만 영주와 영주 어머니를 보며 ‘엄마가 지켜보는데 연기를 했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해봤다”고 말했다.
이정현은 서영주에게 애정이 많은 듯 보였다. 그는 “귀여운 동생, 아들처럼 생각한다”고 웃는다. 서영주는 이 영화를 통해 최근 끝난 제25회 도쿄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이정현은 폐막식을 떠올리며 “너무 기뻐서 감격의 눈물이 났었다. 감독님도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는데 두 사람이 상을 받을 때 힘들었던 순간이 스쳐 지나갔다”고 기억했다.
최근 중국에서 가수로 활동을 많이 했는데 ‘범죄소년’을 통해 국내 작품 활동에 복귀하는 걸까. “일단 감사하게도 ‘최종병기 활’을 연출한 김한민 감독의 ‘명량, 회오리 바다’에 출연해요. 영화 촬영 이후에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음반을 내고 활동할 예정이에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