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돈 크라이 마미’의 이 세 장면은 두고두고 기억될 것 같다. 성폭행을 당한 뒤 세상을 등진 딸(남보라)을 대신해 엄마(유선)가 고등학생인 가해자들에게 복수를 하는 이야기로 홍보되고 있는 영화지만, 엄마의 복수에 따른 통쾌함은 크지 않다. 오히려 더 안타까움이 가슴을 조인다. 분노가 이는 건 당연하다.
영화는 한 소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도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미미한 처벌을 받는 한국사회 법체계의 문제점을 꼬집는다. 가해학생을 잡아 놓고도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나고, 집행유예로 사실상 무죄를 받는 미성년자 성폭행 문제. 가해자보다 더 보호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가상이 아니라 실제 있었던 일이라, 그것도 요즘 너무 많이 발생하는 일이라 충격적으로 와 닿는다.
한국에서는 딸을 키울 수 없다는 누군가의 말이 웃고 넘길 일이 아니다. 가해 학생들이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도 큰 문제다. 실제 죄를 뉘우치는 가해자는 많지 않다고 한다. 오히려 더 해코지하려 들고, 재범도 너무 쉽게 일어난다. 예방책도 없고, 해결책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극중 엄마의 복수가 현실감이 떨어짐에도, ‘나쁜짓’을 당한 아이의 부모라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복수다.
대선을 앞두고 어두우면서 정치·사회적인 문제를 꼽는 영화들이 대거 등장하지만 이 영화도 한 번 쯤은 볼만한, 아니 봐야만 하는 작품이다. 우리 모두가 이런 안타까운 현실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으니 말이다.
김용한 감독은 시사회에서 “우리나라 법을 보면 성폭행 당시의 외상을 재판의 증거로 하니 문제가 있다”며 “법이 안 좋다기보다 그 법을 적용하는 판사나 검사, 변호사들이 성범죄 관련 피해자에 감정이입이 전혀 안 된다. 방관자의 눈으로 형량을 정한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가해자 부모도 아이들의 잘못을 덮기에 급급하지 죄의식을 갖게 하는 교육이 안 된다”고 짚었다.
‘돈 크라이 마미’가 얼마나 파급력이 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감독의 바람대로 조금이나마 영향을 끼쳐 미성년자 성범죄 문제가 줄길 바란다. 청소년관람불가에서 15세 이상 관람가로 등급이 변경돼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될 수 있는 학생들도 볼 수 있게 돼 다행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