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배우들은 관객을 직접 찾아가기도 한다. 요즘 유행하는 쇼케이스, 관객과의 대화, 무대인사, 게릴라 데이트 시간 등이 그것이다. 열정 많은 배우들은 이런 행사들과 함께 언론시사회, 기자간담회에서 적극적으로 영화를 알린다. 배우들은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자식처럼 챙기기도 하는데, 언론시사회에서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는 배우들을 여럿 봤다.
13일 행당동 왕십리CGV에서 언론시사회를 연 옴니버스 영화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떠나야 할 시간’(감독 어일선)의 주인공인 기태영과 ‘생수’(〃민두식)의 주인공 박철민은 공식 행사에 참석해 자신들이 내놓은 작품을 향한 열정을 과시했다. 3년 전에 촬영했고, 개봉을 할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걱정한 영화였다.
그 때문인지 두 남자 배우는 벅찬 소회를 전했다. 박철민은 뙤약볕의 경상남도 욕지도에서 장염에 걸려 고생하며 영화를 찍었다고 했다. 기태영은 지난해 ‘오늘’을 선보이며 스크린에 데뷔했지만, 따지고 보면 데뷔작은 ‘떠나야 할 시간’이다. 두 사람은 “개봉하지 못한다고 해 섭섭했는데 지금이라도 관객을 만나게 돼 기쁘다”며 기자간담회에서 한걸음에 달려온 이유를 전했다.
반면 이날 황수정은 참석하지 않았다. 박철민과 호흡을 맞춘 천우희도 영화 촬영 탓에 불참했지만 관심은 온통 황수정에게 쏠렸다. ‘사이에서’는 영화 ‘여의도’ 이후 2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황수정의 출연작이다. 지난 2010년 ‘여의도’ 언론시사회에 황수정은 얼굴을 비쳤으나 영화와 관련한 질문은 받지 않았다. 제작보고회도 돌연 취소된 바 있다.
앞서 황수정은 드라마 ‘허준’에서 단아한 이미지로 인기를 얻었다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연예계를 떠나야 했다. 2001년 일이니 벌써 10년을 훌쩍 넘겼다. 이후 2007년 드라마 ‘소금인형’으로 정식 컴백을 했고, 몇몇 드라마와 영화에 간헐적으로 출연했다. 지난해 드라마 ‘아들을 위하여’ 제작보고회에서는 처음으로 조심스럽게 관련 입장을 뭉뚱그려 밝히기도 했다. 공식석상에 나서는 게 조금 자연스러워졌나 싶었지만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 인상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자기만족을 충족시키기 위해 하는 사람은 없다. 제작자나 스태프, 투자자 등이 모두 관련돼 있으니 그럴 수도 없다. 배우 입장에서 보면 대부분의 연기자들은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 카메라 앞에 선다. 영화의 경우, 기자들은 관객의 일부분이자 배우들을 대면하고 기사를 전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요즘 그런 만남을 외면하려고 하는 배우들이 꽤 된다. 인터뷰를 꺼려하고, 공식석상에 나서지 않고 홍보 일정을 나몰라 한다. 황수정 역시 비슷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사이에서’ 측은 “개인 스케줄 때문에 참석못했다”고 해명은 했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일부 관객은 과거의 문제 때문에 꺼려한다고 치부해 버리기도 한다. 아직 많은 이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대중 앞에서 서려면 과거를 잊든, 당당하게 맞서는 것이 관객들이 원하는 바일 것이다. 배우를 계속 하길 원한다면 그런 마음가짐이 필요로 하지 않을까.
박철민은 이날 시사회 후 간담회에서 “주연배우가 시사회와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것은 영화에 대한 관심도가 별로라는 것 아니겠냐”며 “(참석하지 않은 게) 오해할 소지는 충분히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일선 감독이 “황수정이 개인 스케줄 등으로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했다”고 해명한 것에 장난스럽게 던진 말이긴 했지만 연기 선배로서 뼈있는 말로 전해지기 충분했다.
특히 자신이 참여한 작품의 각종 제작보고회와 언론시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배우로 알려진 박철민의 말이라 남다르게 와 닿는다. 유쾌한 성격의 박철민은 공식 행사 자리에서 웃음을 주고, 다양한 에피소드를 전한다. 영화를 향한 애정이 강하다는 사실이 절로 전해진다. 물론, 배우들이 관객이나 기자를 웃길 필요는 없다. 연기자는 TV나 스크린 화면으로 연기를 보여 줘야지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지만, 촬영이 끝났다고 작품이 끝난 건 아니다. 얼마만큼 애정이 있느냐가 흥행에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날 인터넷에서는 전날 방송인 조혜련이 SBS TV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해 본인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이혼 심경과 일본 활동 당시 ‘독도는 우리땅’을 히라가나 송으로 개사한 것 등에 대해 사과했다. 최근에는 세금 문제로 잠정 은퇴했던 강호동, 막팔 파문 김구라도 돌아왔다. 물의를 일으키고 돌아오기까지 과정은 힘들다. 하지만 태풍이 몰아쳐도 언젠가 그 무서움은 떠나가게 돼 있다.
한편 ‘사이에서’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은 그녀(황수정)와 친부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탈옥한 그(기태영)의 이야기를 그린 ‘떠나야 할 시간’과 무능력하고 소심한 한 남자(박철민)의 자살 소동기를 통해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희망을 야기시키는 ‘생수’로 구성돼 있다. 22일 개봉 예정.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