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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셀카 소동은 10일 새벽 3시께 아이유 트위터에 은혁과 함께 다정한 모습으로 찍은 사진이 게재되면서 시작됐다. 늦은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사진은 SNS를 타고 급속도로 번졌고, 누리꾼들은 사진의 출처를 두고 합성이다, 해킹이다 등 갑론을박을 이어갔다. 아이유 소속사 로엔엔터테인먼트는 “아이유의 실수로 사진이 올라갔다”고 밝혔다.
두 사람이 꼭 붙어 찍은 사진이긴 하지만 사실 남녀가 찍은 셀카 사진 치고는 지극히 평범한 사진이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두 사람 관계에 대해 추측하며 ‘은혁은 상의를 입지 않고 잇고 아이유는 속옷을 입지 않고 잠옷만 입고 있다’는 식으로 사진을 해석하고 있다. 해당 사진만으로는 은혁이 옷을 입고 있지 않은지, 아이유가 속옷을 입고 있지 않은지는 전혀 알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은혁 상반신 탈의’ ‘아이유의 잠옷’은 두 사람의 육체적 관계에 대한 의구심이 만든 키워드다. 아이유의 소속사의 공식 보도자료 역시 마찬가지. 해당 사진에 대해 “아이유의 집으로 은혁이 병문안을 왔을 때 찍은 것”이라며 굳이 “소파에서 함께 앉아 찍은 사진”이라는 설명은 다분히 이 같은 시선들을 의식한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이번 사건의 타켓은 은혁이 아니라 아이유다. 네티즌들은 이번 사건에 대체로 아이유의 이미지가 타격을 입었다고 평하며 심하게는 ‘국민여동생을 박탈’이라는 이야기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대체 아이유에게 지금까지 무슨 이미지가 있었고 왜 국민 여동생의 자격이 주어졌기에 이 사진 한 장이 이토록 큰 논란이 되고 그토록 큰 실망감을 표하는가 묻는다면 대답은 어렵지 않다. 아이유에게 따라붙은 ‘국민 여동생’이라는 타이틀이 갖는 의미가 ‘이웃집 여동생 처럼 친근감 있고 밝은 이미지’라는 건 아니었던 가 보다. 이웃집 여동생이 남자친구가 있다고 실망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국민 여동생’이라는 타이틀의 함의와 본질이 결국에는 ‘여성의 육체적 순결함’ 이상이 아니었다는 것. 또 같은 맥락에서 은혁에게는 ‘국민 아이돌 자리를 박탈한다’ 는 식의 시선이 전혀 없다는 것도 대중들이 아이유라는 가수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드러내는 대목이다.
자신의 순결에 대한 가치판단은 각자의 몫이지만 누구든 타인에게 이를 강요하는 것은 명백한 폭력이다. 아이유의 경우는 평범한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남자와 함께 둘이 찍었다는 이유만으로 이토록 화제가 되고 일부 싸늘한 시선을 던지는 상황자체가 하나의 촌극이다. 또 이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여성의 육체적 순결에 민감하며 폭력적인가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또 이 같은 폭력이 대상이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아무 필터링 없이 공론화 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인권문제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 아이유는 최근 SBS ‘고쇼’에 출연해 연애를 할 뻔 했지만 그만뒀다고 언급하며 “팬들을 실망시킬까봐 부담이 있다. 언젠가 한 번은 실망을 시켜야한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내가 팬들의 뒤통수를 한 번 칠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그동안 자신을 향한 관심과 함께 같은 양의 부담을 느껴왔다는 고백이고 또 그 기대들이 일정부분 왜곡됐다는 완곡한 표현이기도 하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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