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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말도 마세요. 촬영하다 도망가고 싶을 정도였다니까요.”
혹독한 첫 경험, 그러나 그 어떤 작품보다 만족도가 크다. 박시후(35)는 “완성된 작품을 보니 보면 볼수록 더 좋다”고 했다.
8일 개봉한 ‘내가 살인범이다’(정병길 감독)는 박시후에게 첫 스크린 데뷔작이다. 동시에 파격 변신을 보여준 터닝포인트 같은 작품이다. 첫 작품이니 애착이 가고 혼신의 연기를 펼쳤던 건 당연지사.
그런데, 촬영에 들어가자마자 시속 60㎞로 달리는 차 위에서 와이어에 매달린 채 10일 간을 촬영했다. 위험천만한 장면이었지만 스턴트맨을 쓰지 않았다. “영화는 원래 이렇게 힘들게 찍어요?” 앓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러나 볼멘소리는 통하지 않았다.
“대본을 받았을 때 상상이 안 갔어요. 화면에 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보였고 크로마키 기법으로 촬영할 줄 알았죠. 근데 감독님이 서울액션스쿨 출신에다 ‘우린 액션배우다’ 만들었던 분이시잖아요. 본인이 가능한 액션은 다른 사람도 쉽게 소화할 거라 생각했나봐요. 깨진 자동차 유리에 머리를 받쳤는데 ‘괜찮냐’고 묻지도 않고 ‘한 번 더 갑시다’ 하더군요.”
가장 힘들었던 신은 따로 있다. 철저한 몸관리가 뒤따랐던 수영장 신에서다. 막상 차가운 물에 풍덩 뛰어들어 촬영을 해야 할 땐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고 한다.
“다이빙을 했는데 미지근하게라도 데워놓을 줄 알았는데 찬물이더군요. 10분도 버티기 힘든데 10시간 이상을 찬물에서 촬영하니 동상이 걸릴 정도로 힘들었죠. 더구나 체력이 바닥난 상태라 머리가 핑 돌더군요. 편집본에선 거의 다 편집되고 상반신만 나와서 좀 투덜댔더니 풀샷을 넣어주셨더라구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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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에서 이두석은 ‘한류스타’ 박시후의 삶과 비슷한 행보를 연기한다. 여성 팬들의 환호를 받고, 뜨거운 카메라 세례를 받기도 한다. 레드카펫 위에서 보여준 한류스타 박시후의 친절한 미소는 이번 영화에서 섬뜩함으로 다가온다.
입 꼬리를 살짝 올리며 짓는 표정에 등골이 오싹해지고 소름이 돋는다. 굳이 입을 열지 않아도 ‘희대의 살인범’ 이두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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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공주의 남자’의 강행군에 지쳐있을 무렵 받은 시나리오. 보지도 않고 “그냥 두 달만 쉬고 싶다”고 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다른 작품을 할 체력이 아니었다”. 그냥 한 번 읽어만 보라는 얘기에 시나리오를 훑었는데 빠지고 말았다. 스토리가 매혹적이었다.
“영화를 찍고보니 반응이 너무 기대가 돼요. 드라마는 그날 그날 모니터 하면서 쌓아가는데 이건 갖고 있던 걸 한 번에 풀어버리는 셈이죠. 시사 후 관객 평가도 4.5 이상 나왔다고 하는데 몇 년만에 한번 나올까말까 한 점수라더군요. 한 500만 넘었으면 괜찮을 것 같고. 손해는 안봤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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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후는 “막막했지만 언젠가 잘 될 거라 여겼다. 그런데 10년이 걸리더라”며 빙그레 웃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향희 기자 happy@mk.co.kr/사진=팽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