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때문에 그런 모습들이 많이 드러났던 게 사실이죠. 사실 예전에 MBC ‘우리 결혼했어요’를 했을 당시만 해도 예능을 너무 싫어했어요. 대중들이 원하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 부터가 저와 맞지 않았던 것 같아요.”
실제로 당시 서인영은 방송에서 ‘마녀’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불같은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실제로 당시까지만 해도 방송에서 그 같은 캐릭터의 여자 연예인은 서인영이 최초였다.
“뻔한 연예인은 너무 싫다는 게 제가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하고 싶은 진짜 이야기였어요. 여자 연예인이면 청순한 척 해야 한다는 것도, 그렇게 보여야 한다는 것도 깨고 싶었던 거죠.”
단순히 ‘자기 주장 강한 여성’이 아니다. 서인영은 자신의 생각이나 가치관 뿐 아니라 욕구에도 당당한 여성, 그 자체를 보여줬다.
“요즘은 덜 하지만(웃음)…예전엔 분명 쇼핑하는데 돈을 많이 썼죠. 하지만 그것도 분명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쇼핑은 여성들의 자기 표현 방식이라고 생각하고 저는 개인적으로 트랜드에 대한 사명감 같은 것도 있었어요. 또 그 같은 소비행위를 통해 저 스스로에게 생산적인 무언가의 의미도 부여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책을 내기도 한 거고요.”
실제로 빚을 내서 명품을 구입하는 것은 분명 허영이라 손가락질 받을 수 있지만 자신의 능력 한도에서 소비생활을 하는 것을 비난할 이유는 없다. 그걸 당당히 말하는 것이 ‘멋있다’는 걸 보여준 것은 분명 서인영이 처음이다.
“그저 섹시하고 싶었고, 노출이 많으면 섹시해지는 줄 알았던 시절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여자는 섹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대놓고 부각을 시켰던 면도 있고요. 시간이 지나고 나니 섹시하다는 것이 노출 하나로 설명되는 건 아니라는 걸 배웠죠.”
서인영은 비교적 착실하게 스스로를 건축했다고 자평했다. 실제로 더 이상 노출을 하지 않아도 서인영은 여전히 섹시 아이콘으로 불린다.
“어느정도 희생도 따라야 하는 거죠. 지금 어린 친구들에게는 ‘생각을 가지고 섹시해야 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내가 지금 표현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노래인지, 춤인지, 단순히 섹시한 이미지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거죠.”
서인영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음악이다. 섹시함도 음악이 없이는 무용하다는 것이 서인영의 생각이다. 서인영이야 말로 섹시한 이미지와 퍼포먼스 탓에 상대적으로 음악적인 평가가 절하된 대표적인 가수기도 하다.
“‘애니모어’와 ‘렛츠댄스’로 이어지는 곡을 발표한 건 이후 나올 정규 앨범에 제가 어떤 음악을 할지에 대한 일종의 예고 같은 거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쉽게 들리는 음악이지만 보컬이나 곡 자체는 사실 결코 쉬운 노래가 아니거든요. 보기엔 쉽고 만들기는 어렵고. 앞으로는 그 점을 좀 더 깊이 있게 파고 갈 생각이에요.”
그동안 우리는 서인영을 보고 있지만 제대로 알고 있지는 못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서인영을 알고 이해한다면 그녀에 대한 평가는 처음부터 달라져야 할 지도 모른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