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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가 영진위 기준으로 21일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1000만이라는 숫자가 가진 의미 속에 바람직한 지도자에 목마른 대중은 왕을 꿈꾼 하선에 그들의 기대와 의지가 녹아 있다. 대선정국과 맞물려 대중이 원하는 대통령상이 무엇인가를 1000만이라는 숫자가 드러냈다.
‘광해’는 조선 광해군 8년, 독살 위기에 놓인 왕 광해를 대신해 왕 노릇을 하게 된 천민 하선이 왕의 대역을 맡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는 개봉 직후 노 전 대통령을 떠오르게 한다는 평이 많았다.
명나라와 청을 두고 실리적인 중립외교를 펼치는 장면이 노 전 대통령이 미국과 중국사이의 균형 외교를 강조했던 것과 오버랩 됐다는 것이다. 또 왕비를 폐위시키라고 공격하는 대신들을 뒤로하고 왕비에게 달려가는 모습이 과거 대선 후보 경선시절 장인 좌익 전력시비를 두고 보수언론이 공역하자 ‘그러면 아내를 버리란 말인가?’라고 반박한 노 전 대통령 모습을 떠올리게 하기도 했다.
‘광해’를 통한 노 전 대통령 떠올리기는 노 전 대통령과 함께 했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광해’를 보고 왈칵 눈물을 쏟은 사연이 공개되면서 더 주목받았다.
그는 SNS에 “마지막 나루터 이별 장면에서 백성이 원하는 진짜 왕이었지만 궁궐을 떠나야 했던 하선(이병헌), 가짜 왕노릇을 가르쳤지만 끝내 마음속 왕으로 인정하고야 말았던 도승지 허균(류승룡), 목례를 올리며 예를 취하는 허균에게 떠나는 배에서 손 흔들며 웃던 하선을 보며 노무현 대통령의 얼굴이 저절로 떠올랐다”고 적었다.
또 “하선이 사대외교를 주장하는 신하들에게 호통을 치며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고 했던 대사와 몇몇 장면은 참여정부 때의 기억을 상기시켰다”며 “정치란 무엇인가, 국가 지도자는 어떠해야 하는가 많이 생각하게 해 줬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추창민 감독은 노 전 대통령이 떠오른다는 말에 “정치적 메시지는 분명히 있지만 특정 인물이 보이지 않으려고 했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이런 왕이라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연출의 중심을 잡았다는 것이다. 원작자인 황조윤 작가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인간적 부분을 드러내려는 의도는 있었다”고 밝혔다.
‘광해’는 2012년 대선 후보들에게도 적용된다. 영화가 말하는 바가 ‘새로운 정치’를 위한 ‘새로운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각 대선 후보 진영이 ‘광해’ 신드롬을 어떻게 활용·변형할지 주목된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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