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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진웅(36)은 영화 ‘용의자X’(감독 방은진)를 촬영하면서 참 많이도 “징징거렸다”고 했다. “연기가 어렵다”고 하소연을 한 대상이 장혁이라고 한 말에 나이를 비교해보니 두 사람이 동갑이라는 사실에 한 번 놀라고, 작품에서 캐릭터를 그토록 잘 표현하는 조진웅이 “자다가도 계속 생각이 나고 불안해서 대본을 늘 봐야했다”고 하니 또 한 번 놀랐다.
조진웅은 “장혁은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 함께 하게 돼 알게 됐는데 정말 진지하고 많은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친구”라며 “생각과 미래에 대한 큰 그림을 공유하는 사이”라고 웃었다. 그는 또 “역할의 경중을 떠나 연기를 하게 됐을 때, 고민하고 징징거리며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것도 무척 재미있다”고 몰입했다.
18일 개봉한 ‘용의자X’는 천재 수학자인 고등학교 교사 석고(류승범)가 자신이 남몰래 사랑하는 여자 화선(이요원)을 위해 그녀가 저지른 살인사건을 감추려고 완벽한 알리바이를 설계하며 벌어지는 치밀한 미스터리를 담았다. 여자를 위해 목숨까지 담보한 남자의 사랑. 극중 마지막에 드러나는 반전에는 소름이 돋을 정도다. 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경찰이자 석고의 고등학교 동창생 민범이 조진웅이 맡은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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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웅은 “그 신에서 내가 연기를 못하는 줄 처음 알았다. 내 행동과 대사가 별로였다”며 “어려웠던 장면 중에 하나였는데 다행히 잠시 쉬다가 촬영, 음향, 조명 스태프 할 것 없이 다 같이 움직여주며 장면을 만들어줘 감사했다. 촬영이 끝난 뒤에는 기말고사를 보고난 뒤의 후련함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때문에 이번 작품은 제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았나 해요. 처음 출발할 때는 석고가 옆집에 사는 화선을 사랑한다는 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현실의 나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죠. ‘이거 머리 아니야, 가슴이야’라는 대사를 치는 석고의 눈에서 느껴지는 먹먹함이 저를 어느 정도 설득했고, 이성적으로 이해하게 만들었죠.”
작품을 통해 맥도 넓혀가며 장혁이라는 멋진 친구를 만난 조진웅은 이번에는 류승범을 알게 됐다고 좋아했다. “류승범은 양파 껍질처럼 까도 까도 무언가가 있는 무한대의 배우더라”며 “난 한 번도 하지 못했던 생각들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이 친구의 가슴 속에는 연기를 향한 에너지, 이를테면 태양이 있구나’를 느꼈다. 나보다 어리지만 많이 배웠다”고 만족해했다.
수많은 작품에서 조진웅을 필요로 한다. 이미 ‘뿌리 깊은 나무’, ‘퍼펙트 게임’,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등에서 존재감을 오롯이 드러냈다. ‘나의 파파로티’, ‘분노의 윤리학’도 곧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그에게 감독이 찾는 이유를 생각해봤는지 물었다. 조진웅은 “이놈에게 뭔가를 던지면 그걸 해결할 것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게 내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연기적으로 주는 그 신뢰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나를 보러 오는 분들도 하나, 둘 생긴다. 또 가족들이 내 행보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며 “그런 것들이 무게감으로 쌓이고 있다. 하지만 배우는 그런 무게감이 없으면 안 될 것 같다”고 현실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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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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