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회사원’의 홍보에 연일 발 벗고 나서는 소지섭. 수십 차례 인터뷰를 하고, 관객과의 무대인사도 몇 차례씩 한다. 당연하다고? 당연한 얘기지만 기자를 만날 시간도, 관객과의 무대인사에 나설 시간이 없(다고 하)는 배우도 많다. 기대한 것만큼의 흥행 성적(18일 영화진흥위원회 기준, 74만여명)은 아닐 텐데도 소지섭은 밝게 웃었다.
“흥행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저는 감독님이나 배우들, 스태프들이 다음 작업을 할 때 어려움이 없을 정도의 기본 성적만 내면 좋겠어요. 또 다른 좋은 콘텐츠가 있는데 이번 작품이 안 됐다고 그 작업에 못 들어가면 안 되잖아요.”(웃음)
영화 ‘회사원’은 평범한 인생을 꿈꾼 살인청부회사 영업2부 과장 지형도(소지섭)가 회사를 나가려 하면서 동료들의 표적이 되어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영화 관람을 이끄는 원동력이 소지섭 때문이라고 하는 이들이 많은데, 그들의 말마따나 소지섭이 보여주는 액션이 유독 눈길을 끈다.
“배려를 하려고 해도 안 되더라고요. 합도 잘 맞춰야 하고 다칠 우려가 많으니 연습도 많이 해야 했어요. 그 여성분이 전문 스턴트우먼도 아니었죠. 울면서 마지막까지 끝내셨는데 다행이었죠. 아마 절 싫어하게 되지 않았을까요?”(웃음)
주인공 형도는 현재의 삶에 지쳐있다. 사람을 죽이는 일을 하는 이가 아니라 여느 보통의 사람을 꿈꾸는 인물. 현실의 소지섭도 배우가 아닌, 일반인을 꿈꾼 적이 있을까.
그는 “어떻게 보면 난 더 큰 직장을 다니고 있는 것 같다. 사람도 더 많이 만나고 무언의 규제도 많다”며 “사랑을 너무 많이 받고 있어 행복하지만 늘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면서 눈치도 더 많이 보며 산다”고 말했다.
한국은 물론, 동남아시아에서도 편한 복장으로 돌아다니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다. 한류의 영향으로 많은 사람들이 알아본단다. 조금 조용히 여가를 보내려면 미국 같은 서양 국가를 찾는다. 그런 점들이 불편하지만 일반인으로 돌아가는 꿈은 생각도 하지 않는다. 일반인으로서의 삶의 행복함은 잠시일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는 “배우 일이 너무도 좋고 행복하다”고 만족해했다.
“수영선수를 하다가 모델이 됐죠. 모델 일을 할 때 거의 비슷하게 배우 일도 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정말 필요했던 돈이 목적이었어요. 하지만 연기를 하다 보니 매력적이었고 욕심이 생기고 잘하고 싶더라고요.”
과거의 아픔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그는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을 통해 ‘연기가 엄청 재밌는 것이구나’라는 걸 느꼈고, 정말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며 “그 때부터 연기가 좋아졌던 것 같다. 매 작품이 소중하지만 그 작품이 나를 현재에 있기까지 만들었다”고 웃었다.
소지섭은 “나이가 들면 당연히 주연에서 멀어지고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 친구들이 할 수 있는 게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다를 테니 두려움은 없다”고 했다. “어찌됐든 그 시대의 흐름에 맞는 사람이 되고, 나이에 맞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좀 더 시간이 흘러 가장 바라는 건 주변에서 ‘소지섭하고 같이 해도 될까?’라는 말을 건넸을 때 ‘꼭 같이 해보고 싶다’고 말하는 후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배우란 직업이 팬들이 없으면 설자리가 없는 것이죠. 감사한 부분들이 너무 많아요. 항상 있으면 좋겠지만 욕심인 것 같아요. 영원한 스타였으면 좋겠다고 바랄 수 있지만 그건 분명히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래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죠. 그런 준비를 안 했는데 막상 그 순간이 오면 상실감이 더 클 것 같거든요.”(웃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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