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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싸이의 시청 앞 광장 공연 당일 김장훈은 자신의 SNS를 통해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글을 올렸고, 한 기자가 자신의 SNS에 두 사람의 불화를 언급하며 논란이 시작됐다. 이후 두 김장훈의 언론플레이 비방, 해외로 떠나겠다는 폭탄발언, 갈등의 원인이 됐던 공연스태프 문제 등이 차례로 거론되며 두 사람의 관계는 바닥을 향해 치닫는 듯 보였다.
하지만 10일 김장훈이 오후 서울 신라호텔에서 한 수입자동차가 주최한 행사장에 예고없이 나타나 싸이와 소주 한병을 원샷하며 화해를 제안했고, 두 사람은 일주일만에 극적으로 갈등이 봉합됐다.
○ “공연에도 저작권 개념이 필요”
싸이와 김장훈의 갈등에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였던 것은 김장훈이 지적했던 공연의 지적 재산권 문제다. 김장훈은 자신의 연출, 공연 노하우, 철학 등을 싸이가 도용했다는 요지의 주장을 했다. 실제로 2004년 싸이의 첫 단독공연을 연출 한 후 싸이는 김장훈의 아이디어를 일부 차용해 자신의 공연을 만들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김장훈은 일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같은 사실을 언급하며 한때 술자리에서 주먹다짐까지 했던 사연을 전하기도 했다.
김장훈은 9월6일 자신의 미투데이에 "술 한잔 했는데 문득 이승환씨의 입장이 이해가 되네요. 예전에 이승환씨가 자신의 공연을 컨츄리꼬꼬가 그대로 도용했다고 불만을 토로해서 난리가 난적이 있었는데 솔직히 그때 이승환씨가 좀 속이 좁다고 느꼈습니다. 그까짓 거… 그런데 요즘 제가 그 입장이 되니 너무 이해가 돼요"라고 글을 올렸다.
이같은 논란은 기실 공연 업계에서 비일비재한 문제였다. 김장훈이 언급한 이승환과 컨추리꼬꼬의 문제 역시 같은 맥락. 여전히 가수들의 공연이라는 무형의 창작물에 대한 권리와 인식이 아직 음원과 영상물에 비해 다소 느슨하다는 것은 사실이다.
○ “사실보다 중요한 진실”
지나친 관심은 오히려 사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애초 이 논란은 연예부 기자들 사이에서 쉬쉬하고 있던 일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두 사람의 갈등을 보도하지 않았던 것은 이 같은 상황이 내부적으로 잘 정리될 수 있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 등을 통해 두 사람의 갈등이 알려졌을 경우 자칫 왜곡되고 확대 재생산 돼 양쪽 모두에게 상처를 줄 수 밖에 없다는 것도 예상 가능했다. 자살소동이 벌어진 것도 마찬가지. 매니저들이 애써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과음으로 인한 해프닝이다”고 전한 것을 그대로 보도한 것도, 일부 SNS 글을 지운 것 역시 사실을 보도하는 것이 김장훈의 고통을 더하면 더했지 덜어주지 못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 두 사람과 관련한 보도들은 사실보다는 진실을 더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는 가르침을 남겼다.
○ “이승환 재조명”
김장훈과 싸이의 갈등에 엉뚱하게 이승환이 재조명 되기도 했다. 싸이와 김장훈의 관계와는 다소 다르지만 김장훈 역시 ‘공연의 신’ 이승환을 통해 본격적인 공연형 가수로 성장했기 때문.
이승환은 김장훈이 지금처럼 알려지기 전이었던 1997년 KBS ‘빅쇼’에 김장훈을 게스트로 초대했다. 이날 공연만 봐도 김장훈 표 발차기의 원조(?)가 누군지 확인할 수 있다.
이승환은 공연에 다양한 연출기법과 특수효과를 이용해 무대 자체를 버라이어티하게 구성하는데 있어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다. 90년대 후반부터 국내에서는 흔치 않았던 스탠딩 공연을 펼치고, 돌출형 무대에 코스프레나 물쇼와 불쇼 같은 쇼, 특수효과를 이용해 무대를 다양하게 전환시키는 방식의 공연을 만들어왔던 것. 공연 전체에 스토리텔링 기법을 완성도 있게 표현한 것도 이승환이다.
김장훈 뿐 아니라 국내 가수들 중 이승환의 공연에 영향을 받지 않은 가수는 단 한명도 없다는 평가는 조금도 과장되지 않은 사실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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