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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이성민 편은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 소위 얘기하는 ‘드라마틱’ 스토리가 아닌, 담담하면서도 묵직한 이야기였다.
이날 이성민은 배우의 꿈을 처음 꿨던 고등학교 시절, 출발점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인생 여정을 담담하게 털어놨다. 고향에서 첫 무대의 맛을 본 대구에서 시작한 연극으로 접어든 배우 인생 25년을 담담하게 술회했을 뿐인데, 왜 감동이 밀려오는지 모르겠다.
그 어떤 MC들의 질문에도 피해가는 법은 없었다. 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지금은 ‘생애 최악의 음식’이라 칭한 프림죽을 만들어 먹으며 단칸방에서 울었던 사연이나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난다면 배우를 하지 않고 기술을 배우고 싶다”는 솔직한 속내 모두 이성민스러웠다.
아내에 대한 이야기도 솔직함 그 자체였다. 단독 토크쇼 출연은 물론, 수십 여 매체와의 언론 인터뷰도 얼떨떨하기만 한 그이기에. 심지어 아직도 스스로 연예인이라고 칭하기 쑥스럽기만 한 그이에게 가족 이야기를 방송에서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내의 첫인상이 재수 없었다”는 깜짝 발언도, 그런 아내가 자기에게 먼저 관심을 표했다는 깨알 같은 자기자랑도, 그저 무명의, 생활인으로서 배우의 길을 걸어 온 자신 때문에 물질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온 데 대한 미안함도, 꾸밈없는 사실이자 진실된 말들이었기에 더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당사자는 그저 20여년간 매일 해왔던 일을 지금도 해나가고 있을 뿐이지만, 하루하루 생계 걱정을 하며 지내야 하는 연극 ‘판’의 후배들에게는 귀감의 대상이 된 이성민. 단지 뒤늦게 빛을 봤기 때문이 아니다. 대구 극단 출신으로 최근 ‘넝쿨째 굴러온 당신’ 스타로 떠오른 이희준 역시 이성민에게 보낸 영상편지에서 “저도 후배들에게 선배처럼 하겠다”고 했다.
운이 중요하지만 그 운을 기회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 칼을 갈아야 한다는, 미사여구도 없는 흔히 들어 온 그의 말이 유난히 크게 다가온 건, 25년 연기 인생 중 상당한 시간을 이름 없는 배우로 지내온 이성민의 생생한 경험에서 우러난 말이기 때문일 것이다.
방송 초반, 이성민은 자기 인생의 ‘골든타임’을 연극 포스터 붙이고 다니던 20대 시절이라 털어놨다. 그래. 그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의 이성민이 존재하는 것이리라.
인터뷰를 통해 그리고 ‘힐링캠프’를 통해 본 그에게 고마운 점은, 답이 없기에 더 어렵기만 한 연기라는 그 길을, 배우의 이름으로 지금까지와 똑같이, 묵묵히 걸어갈 것에 대한 확신을 심어줬기 때문에. 그런 ‘배우’ 이성민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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