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솔로 1집 ‘외롭지 않을 만큼의 거리’를 발표한 가수 유정균(32)이 담담하게 말했다.
밴드 세렝게티의 보컬 겸 베이시스트로 활동하며 실력파로 소문난 유정균은 멤버들(정수완·장동진)이 국방의 의무를 위해 밴드 활동을 중단한 시기에 맞춰 데뷔 초부터 생각해온 자신의 솔로 정규 앨범을 내놨다.
총 11곡이 수록된 ‘외롭지 않을 만큼의 거리’는 유정균이 직접 전 곡의 작업에 나섰다. 오랜 음악 활동 기간만큼이나 깊이 있는 내공이 돋보인다. 코 끝을 알싸하게 스치는 가을 바람, 높푸른 하늘과 유난히 잘 어울리는 앨범이다.
최근 홍대 한 카페에서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난 유정균은 이번 앨범에 대해 “여백이 많은 편”이라며 “지극히 개인적인, 일상의 단상이 담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영화에서 어떤 한 장면이 기억이 남듯, 그런 장면의 이야기를 담아냈습니다. 개인 홈페이지에 적었던 수많은 일기 중 열 한 가지 이야기를 노래로 만든 앨범이에요. 이번 앨범을 통해 진짜 ‘유정균’을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밴드 편성의 세렝게티 음악과 달리, 곡 작업에 사용된 악기 수도 줄여 담백함이 돋보인다. “여러 악기들로 공간을 꽉꽉 채우기보다는 비워두고 싶었어요. 듣는 분들도 그 공간을 통해 자기 생각을 해보고, 공감할 수 있게요. 제가 베이스 연주자임에도 베이스가 빠진 곡도 있죠.”
극적이기보다 소박하고도 진솔하게 다가가는 그의 음악은 노래를 ‘찾아 듣는’ 팬들에겐 오랜 사랑을 받지만 속칭 ‘차트 순위’로 대변되는 현재의 소비성 음악 시장에서는 다소 불리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영화로 치자면, 관객이 많이 드는 영화라면 물론 좋겠죠. 하지만, 그걸 위해 작업하는 방식은 아닌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듣는 음악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만든다고 해서 되지도 않고요.”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에 대한 강한 소신이 돋보인다. “그렇게(대중적 히트를 염두에 두고) 만드시는 분들도 물론 계시죠. 요즘은 시대가 너무 빨라져서 1분 듣기도 있고. 노래 방식이 좀 점점 빨라지긴 했죠. 음악이 3초 지났는데 하이라이트 부분이 먼저 나오는, 그런 음악도 있고. 그런데 저는 그렇게 빠른 스타일의 사람은 아닌 것 같아서 그런 식으로 만들지는 않고 있어요.”
가요계는 물론, 국경을 뛰어넘어 2012년 세계 대중 문화를 아우르는 아이콘으로 떠오른 ‘싸이 열풍’에 대해서 묻자 유정균은 ‘다양성’의 중요성을 피력하며 자신의 생각을 조목조목 밝혔다.
“다양한 취향 그리고 다양한 음악성을 가진 사람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싸이 씨가 지금 하고 있는 음악은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리고, 그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가 잘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생각하고 찾아가는 것이고요.”
기실 음악뿐 아닌 모든 창작, 예술 활동에 있어서 숫자로 대변되는 ‘상대적’ 비교는 본질에서 많이 비껴 간 설명이다. 유정균은 “어떤 공간을 가득 메운 사람들 앞 무대에 선다면 굉장히 영광스럽고 가슴 벅찰 것 같다. 그런 순간을 바라기는 한다”면서도 “하지만 내가 가장 잘 하고 잘 어울리는 음악으로 무대에 설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유정균 1집 타이틀곡 ‘낙엽 톡톡톡’은 낙엽이 계절이 변하는 동안 남기는 이야기를 어쿠스틱 기타와 어쿠스틱 피아노, 콘트라베이스 그리고 현악기로 구성한 곡으로 따뜻하고 편안한 사운드가 인상적인 곡이다. 현재 ‘낙엽 톡톡톡’은 엠넷 인디차트에서 최상위권을 달리며 사랑받고 있다.
유정균은 11월 2일 홍대 벨로주에서 첫 솔로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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