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왜 한국에 들어왔냐면요. 미국에서 활동하는 3주간 여러분께 너무나 큰 성원과 응원을 받았기 때문이에요. 많은 분들이 더 좋은 결과를 얻고 싶어하지만 저는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청앞에 운집한 시민은 경찰 추산 8만여 명. 2002년 한ㆍ일 월드컵 이후 최대 인파였다.
이날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빌보드 차트 '핫100'에서 2주 연속 2위에 머물렀다. 한국 가요사 최대 이변에 대한 기대감이 워낙 커서 실망이 컸을 법도 하지만 싸이는 무대에서 계속 "감사하다"며 머리를 숙였다.
무대 전광판에 "이 친구들에게 10만명 대동단결의 힘을 보여주자"는 싸이의 메시지가 떠오르자 관객들은 터질 듯한 함성으로 화답했다. 애국가를 선창한 싸이는 바로 2006년 히트곡 '연예인'으로 공연의 포문을 열었다.
"그대의 연예인이 되어 항상 즐겁게 해줄게요~ 연기와 노래 코메디까지 다 해줄게요~"
가사를 또박또박 따라하는 함성에 싸이는 고마운 듯 눈물을 글썽였다.
"데뷔 12년을 맞는, 데뷔한 지 12년 만에 전성기를 맞은, 데뷔 12년 만에 다른 나라에서 신인가수가 된 대한민국 가수 싸이입니다."
국내에서 숱한 히트곡을 양산한 가수의 겸손한 소개에 관객들은 환호로 답했다. 이후 '낙원' '아버지' 등 히트곡이 연이어 나온 뒤 공연 1시간 만에 전 세계인을 매료시킨 '강남스타일'이 흘러나왔다.
경쾌한 일렉트로닉 전주가 시작되자 관객 8만여 명은 일제히 야광봉을 흔들기 시작했다. 후렴구에 다다르자 싸이가 갑자기 옷을 벗었다. 시민들은 너도나도 두 팔을 모은 채 두 발을 구르며 '말춤'을 추면서 화답했다.
이날 공연이 시작되기 전부터 서울광장은 '월드스타' 싸이를 보러온 관중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오후 3시부터 서울광장 메인스테이지 주변은 돗자리를 깐 시민들이 들어찼다. 오후 6시를 지나서는 퇴근 후 이곳을 찾은 시민들이 몰리면서 인파는 인도를 벗어나 도로까지 점령했다. 지하철 시청역에서 서울광장으로 올라오는 데만 30분 가까이 걸릴 정도였다. 이동통신사는 임시 기지국까지 설치했지만 일시에 대규모 인파가 몰려 통신 장애도 발생했다. 국내외 취재진 700여 석은 일찌감치 들어찬 상태였다.
시야를 확보하기 위한 시민들의 투혼도 발휘됐다. 간이 화장실, 근처 빌딩의 옥상은 싸이를 보기 위한 시민들이 점령한 상태였다. 일부 시민들은 싸이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경호원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공연 시작 전에 20대 여성과 외국인 10여 명은 과도한 흥분으로 실신해 119구급대의 응급조치를 받기도 했다.
새벽 3시에 서울광장에 온 박은실 씨(21)는 "지난번 흠뻑쇼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싸이의 무대 장악 능력이 미국과 유럽에서 통하는 모습을 보고 꼭 한번 봐야 할 콘서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중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공연"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브라질, 미국 등 해외 팬들도 많았다.
미국 유학생 킴 씨(27)는 "유튜브에서 싸이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반했다. 노래가 너무 좋고 춤이 정말 재미있어서 매일 따라 춘다. 무료로 공연을 한다는 말을 듣고 친구들과 서울광장을 찾았다. 빌보드 2위에 머물러 아쉽지만 곧 1위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객석에는 빌보드 1위를 하면 웃옷을 벗고 공연하겠다는 싸이의 공약을 의식한 "차라리 내가 옷을 벗었다"는 응원문구도 눈에 띄었다.
대학생 김영민 씨(27)는 "빌보드 2위만으로도 자랑스럽다. 공약은 중요
이날 공연은 서울시 소셜 방송 라이브서울(tv.seoul.go.kr)과 유튜브(www.youtube.com/user/seoullive)가 생방송으로 중계했다. 그러나 접속자가 최대 7만명까지 몰리면서 중계가 끊겨 시청자들이 항의하기도 했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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