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저 아이는 뭘 하는 얘지?’ 싶으시죠? 주어진 역할이 뭐든 최선을 다 하다보면 언젠가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들이 점점 더 많아 질 거라고 믿어요. 벌써부터 선을 긋고 싶진 않아요. 이제 막 시작한 걸요.”
‘아르헨녀’로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연예계 입문, ‘롤러코스터’ 등을 통해 방송 활동을 시작한 그가 최근 신동엽의 ‘SNL 코리아 시즌3’에 합류하며 영역 확장에 나섰다.
“많은 분들이 ‘19금 토크쇼’라고 해서 무조건 야한 줄로만 아는데 그냥 어른들이 사석에서 나눌 수 있는 솔직한 토크 수준이에요. 오히려 ‘롤러코스터’ 보다 노출 부담도 없고 현실적인 사례가 담겨 더 재미있죠.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콩트라 순발력, 연기력, 이해력 등을 많이 배울 수 있죠. ‘여기서 살아남으면 뭐든 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인형 같은 얼굴, 유독 튀는 외모 탓에 여성들의 ‘공공의 적’으로 떠오른 그녀. 주변의 선입견으로 인해 마음고생도 심했던 그다. 이번 기회를 통해 그간 보여주지 못했던 다양한 매력을 발산할 수 있게 됐다.
“노력하는 모습조차 나쁘게 비춰질 수 있다는 걸 알고 조심스러운 부분이 참 많았어요. 지금까지는 소속사가 없어 억울한 일이 생겨도 어디 해명할 방법이 없어 가족들에게만 의지했던 것 같아요. 특히 저와 함께 있어준 동생이 마음고생이 심했죠. 예상했던 길은 아니었지만 좋은 기회가 왔기에 꼭 잘 해내고 싶어요. 진행이든 연기든 저에게 주어진 걸 열심히 해 많은 분들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눈빛이 조금 어두워지나 싶더니 금방 반달눈이 된다. 특유의 발랄함이 주변까지 금새 상쾌하게 만들었다. 그는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다양한 역할을 맡아 신선한 느낌이 든다”며 “관객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느낄 수 있어 배우는 게 많고, 설렘도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베테랑’ 신동엽 선배는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돼요. 같은 내용도 신동엽 선배의 손을, 입을 거치면 완전히 다른 극으로 변해 버려요. 세련돼진다고 할까요? 지금까지도 1초도 쉬지 않고 노력하는 모습에 후배들이 늘 감동을 받고 있죠. 팀에게 민폐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어요.”
오초희가 여성들의 ‘공공의 적’이 된 이유는 다양하다. 가뜩이나 비현실적인 외모로 질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가운데 ‘대세’ 서인국과 달콤한 키스신까지 찍었으니 말이다. 두 사람은 앞서 ‘응답하라 1997’에서 화보같은 키스신을 선보여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오초희는 “방송이 전파를 타고 10대 꼬마들에게서 얼마나 많은 쪽지가 오던지, 당황도 안 했을 정도로 몰려왔다”고 운을 뗐다. 이어 “팬들의 분노 화살이 다 내게 왔다”며 “‘우리 오빠를 어쩐 거예요?’ ‘여우같은 언니가 유혹한거죠?’ ‘괴롭힐거야’ 등 재미있는 글이 많았다”고 여유있게 말했다.
“인국씨가 워낙 성격이 좋아 촬영 현장이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주어진 신이 ‘뽀뽀신’이라 최선을 다한 것 뿐인데 한동안 다량의 쪽지에 시달렸죠. 그래도 고마운 촬영이었어요. 연하를 좋아하진 않지만 ‘대세’ 서인국씨의 매력은 역시…하하하.”
그가 호탕하게 웃었다. 내숭이라곤 한 군데도 찾아 볼 수 없는 알수록 더 매력적인 그였다.
오초희는 “무용을 전공해 무대 적응력이 빠르고 체력이 강한 편이지만 연기 부분에서는 부족한 게 많다”며 “서인국 등 연기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 나중에 기초를 쌓아 준비가 되면 액션연기에 꼭 도전해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손끝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자랐을 것 같은 얼굴. 하지만 알고 보면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다고 했다. 그녀의 당찬 씩씩함 뒤에는 의외의 경험과 노력이 숨겨져 있었던 것.
오초희는 “고생을 안 해봐요? 대학 입학 후 서울 올라와서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는걸요”라고 말했다. 역시나 굉장히 밝은 표정이다.
“첫 째 오빠 밑으로 딸만 셋. 4명 중 가장 어중간한 셋째라 관심도 못 받았어요. 지방에서 대학교 입학 후 서울로 올라왔는데 용돈이 완전히 끊겨 버린 거에요. 요가‧무용 강사는 물론 편의점, 식당 서빙 등 안 해 본 일이 없어요. 회사도 다닌 경험이 있고요.”
‘KBS 합창단’ 출신인 그는 수원대학 무용학과를 졸업했다. 재학 내내 장학생으로 등록금 지원을 받았다. 알고 보면 술 한 잔도 못하는 쑥맥이다.
“집안 전체가 술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불거지고 몸에 안 받는 체질이라 마시질 못해요. 대학교 오리엔테이션 때 술을 잘 못 마셨다가 많이 아파서 학교 다니는 내내 선배들도 술을 권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술 없이도 분위기는 잘 맞춘답니다, 하하.”
눈에 보이는 이미지는 말 그대로 이미지일 뿐, 실체는 아니다. 그 표본을 보여준 오초희. 보여지는 화려함 보다 내면의 순수한 향기가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사진 팽현준 기자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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