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효주의 팬이라면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보는 게 아쉽겠지만, 그는 “좋은 영화의 일부가 되는 것도 뿌듯한 것을 알게 됐다”고 만족해했다. “한 발짝 멀리서 지켜보면서 어떻게 연기하는지 볼 수 있어서 재밌고 보람이 있었다”고 했다. “팬들이 아쉬워하는 부분은 조만간 개봉하는 ‘반창꼬’를 통해 채워드릴 수 있을 것”이라며 “너무 서운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배시시 웃었다.
한효주(25)는 “광대 하선이 한 번 보고 반해야 하니 중전에게 중요한 건 비주얼이었다”며 “예쁘기도 하면서, 애처로운 분위기를 내는 게 내 숙제였다”고 웃었다.
“친구들이 멋있게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중전의 분위기에서 힘이 느껴진다고 했어요. 이제껏 제일 소박하고 간소한 중전으로 나왔지만 캐릭터에 힘이 있는 것 같아 저도 좋아요.”
메이크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한효주가 저렇게 생긴 애였어?’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더라”며 웃는다. 화장을 포기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을 텐데 그는 “있는 그대로의 얼굴을 보여주고 싶다”는 추창민 감독의 말에 수긍했다.
“여자들이 화장을 하고 화면에 나오는 모습이 예쁘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시대의 화장법이 어색할 수도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맞는 것 같다고 강조하셨어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 따라갔죠. 전 수긍을 잘 하는 편이거든요.”(웃음)
한효주는 “솔직히 ‘동이’를 할 때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사극은 안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좀 지나니 그리워지더라. TV 채널을 돌리다가도 사극이 나오면 보게 됐고, 음악과 한복 색깔이 정겹게 느껴지더라. 사극은 그 정도로 묘한 매력을 가진 장르”라며 사극으로 돌아온 이유를 설명했다.
할리우드에서도 인정받는 선배 이병헌과 작업을 하는 것도 영화 출연 결정에 도움을 줬을 것 같다. 한효주는 “처음에는 이병헌이라는 선배와 같이 작업하는 걸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촬영을 하며 “병헌 선배와 연기하기를 정말 잘 했다고 생각했다”며 “원래부터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은 했는데 연기를 해보니 좋아하는 배우가 됐고, ‘존경할만한 배우구나’를 느꼈다”고 했다. “현장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모습과 프로의식이 온전히 전해졌기 때문”이다. 또 다시 기회가 온다면 “당연히 함께 하고 싶다”는 바람이다.
한효주는 극중 하선이 중전의 손을 잡고 뛰어 궁 밖을 나서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라고 했다. “내레이션도 슬프고, 어차피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 순간만이라도 위기에서 벗어나고픈 남자의 마음이 여자를 설레게 한 것 같다”고 몰입했다. “시사회에서 봤을 때 어떤 분은 울기도 하더라”고 기억했다.
그는 광대 하선을 일종의 로맨티스트로 표현했다. “극중 중전은 버림받은 여자에요. 하선은 그런 여자를 웃게 만드는 남자잖아요. 또 후반부에 중전이 하선에게 ‘나한테 왜 그러느냐’고 묻는데 하선이 ‘웃는 모습 한 번 보고 싶었을 뿐’이라고 하는데 하선은 정말 로맨티스트인 것 같아요. 손잡고 뛰어가는 등 그런 행동들을 보면서, 여자의 마음을 세심하게 쿡쿡 찌르는 뭔가가 있는 영화인 것 같아요.”
그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어떤 이상형을 세워놓고 ‘난 이런 사람을 만나야겠다’라기 보다 ‘나 스스로가 좋은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커졌다”며 “‘내가 그렇게 사랑받을 수 있는 여자인가?’라는 생각도 많이 하고, 또 좋은 여자가 돼야겠다는 다짐도 한다”고 덧붙였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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