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후, 서울 합정역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여를 달렸다. 검문검색을 하는 군인들이 날을 세웠다. 비무장지대 바깥 남방한계선을 경계로 남쪽 5~20㎞에 있는 민통선(민간인출입통제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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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약고로 쓰였던 곳에서 평화와 생명을 주제로 하는 전시회라니.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화지만 매력적이다.
특히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의 공식기자회견에서 경력 38년 베테랑 김중만 사진작가가 처음으로 자신이 담고자 하는 걸 담아내지 못해 실패했다고 고충을 토로한 사진전 아니던가. 김 작가는 만 23세에 프랑스 ‘오늘의 사진작가 80인’에 최연소 작가로 선정되고, 영화 포스터와 수많은 스타들과 함께 다양한 분야의 사진 작업을 하며 이름을 알린 유명인사. 그런 그에게 시련을 준 사진들이 무엇인지 궁금증을 가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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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이 처음 오픈된 이날, 김태진 국민대 교수의 DMZ 특별 영상 상영과 바이올리니스트 양지인의 연주도 탄약고를 울렸다. 차가움의 상징인 탄약고와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영상·사진·음악이 한데 어우러져 색다른 묘미를 전하기에 충분했다. 추적추적 내렸던 비도 불쾌함보다는 호기심을 더 자극했다.
38년 만에 실패를 했다고 한 작가의 말을 잘못 이해했나 싶을 정도로 평화의 중요성이 나름의 중심을 잡고 관람객을 맞을 것 같다. 김중만 작가는 기자와 만나 “현재 DMZ가 평화로운 게 맞는 거겠지만 솔직히 너무 평화로워 걱정을 했다”며 “여전히 우리나라는 분단국가고 많은 젊은이들이 잠을 자지 못해가며 나라를 지킨다. 하지만 정치·경제·사회와 달리 DMZ는 관심이 없다. 현실을 잊지 말라는 뜻에서 젊은이들에게 안보적인 메시지를 전할 수 있었다면 행복했을 것이다. 그걸 실패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하지만 “DMZ의 현실이 그러하니 평화와 전쟁이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사진을 공개한다”고 강조했다.
1차 전시회가 끝나면 영화제 개막일인 21일부터는 자리를 옮겨 파주 롯데아울렛 내 갤러리에서 전시된다. 작품의 판매 수익금은 대성동 마을을 위해 기부할 계획이다.
국방부와 파주시, DMZ다큐멘터리 영화제 측은 사진 전시 이후 이 탄약고를 일반인의 군사안보 시설 체험관으로 변모시킬 뜻을 가지고 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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