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감독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CGV여의도 상영관 오픈을 기념해 ‘톡 플러스(TALK+)’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관객과의대화 시간을 통해 오랜만에 한국 공식석상에 섰다.
영화 ‘박쥐’ 상영 후 관객과 만난 박 감독은 김 감독의 황금사자상 수상과 관련해 “한국의 감독으로, 또 같은 동네 주민(파주 헤이리)으로서 정말 축하할 일”이라며 “우리 동네 초입에 현수막도 걸려있다”고 웃었다.
그는 “김 감독의 수상 소식을 듣고 ‘올 것이 왔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놀랍지도 않았다”며 “유럽에서 평가를 어떻게 받는지 아는 입장에서 이번 수상이 늦은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은 지난 2005년 ‘친절한 금자씨’를 들고 베니스영화제를 찾았다. 안타깝게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7년 만에 한국영화 ‘피에타’가 초청돼 최고상을 따냈다.
2009년 ‘박쥐’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박 감독이 다음 영화에서 최고상을 받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하지만 박 감독이 ‘박쥐’ 이후 미국에서 ‘스토커’를 촬영해 기회를 놓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박 감독은 “미국영화는 좀 더 장르적인 면이 강해서 유럽의 경쟁 부문에 초청되거나 상을 받는 게 어울리지 않은 작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며 “한국 영화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가지 욕도 먹고 비판도 들은 가운데, 제일 듣기 싫은 말이 ‘유럽에서 상을 받으려고 기획한 작품이다. 그런 목적으로 어떤 신이 들어간 것이다’라는 게 가장 억울하다. 어디다가 정말 하소연 하고 싶을 정도”라고 짚었다.
그는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이 알아두셨으면 좋겠는 게 내가 만든 영화들이 적은 돈으로 만든 영화가 아니다”라며 “몇십 억 원이 든 큰 영화인데 그런 영화를 만들면서 개인의 명예욕을 충족시키려고 한다면 파렴치한 사람이 아니겠나.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해 웃음을 줬다.
박 감독은 아울러 대한민국 최초로 세계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지 못해 아쉽지 않느냐는 말에는 “나도 나중에 받으면 되지 않느냐”고 웃어넘겨 눈길을 끌기도 했다.
박 감독은 또 최근에 ‘스토커’ 이후 차기작으로 거론된 작품에 대해 “여러 가지 협상 단계에 있다”며 “계약서에 사인을 못했다. 내가 원하는 영화이고 대화중인 영화인 것은 확실한데 만들어질지는 아직 모르겠다”고 전했다.
한편 16일까지 여의도 CGV는 오픈을 기념해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등 박 감독의 연출작 5편과 ‘화녀’, ‘데인저러스 메소드’ 등 추천작 2편, 그리고 ‘공동경비구역 JSA’와 ‘광해, 왕이 된 남자’까지 이병헌의 출연작 6편을 관람할 수 있는 스페셜 기획전을 연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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