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이병헌의 첫 사극 도전작이자 1인2역을 열연해 호평 받은 작품. 총제작비가 100억원에 가까운 영화는 CJ엔터테인먼트가 올 하반기 야심차게 준비했다. 지난 3일 언론시사회 이후 VIP·특별 시사회 등에서 호평을 받으며 당초 20일이었던 개봉 날짜를 1주일이나 앞당기기까지 했다.
‘광해, 왕이 된 남자’ 측은 한국영화사 100년에 한 획을 그은 ‘피에타’의 선전이 큰 틀에서는 좋다. 하지만 야심차게 준비한 영화의 개봉을 눈앞에 둔 현재 입장에서는 이슈 중심이 ‘피에타’로 쏠리는 게 달갑지만은 않다.
개봉관 수도 아쉽다. CJ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영화기 때문에 수직계열사인 CGV가 극장을 많이 오픈해 줄 것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언론과 팬들의 호평일색인 영화에 대해 극장 관계자들까지 “관객의 입맛에 맞겠다”며 긍정적인 입장이었다. CJ 내부적으로는 ‘1000만 영화’라고까지 생각하기도 했다. 그만큼 많은 스크린을 확보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CGV는 NEW가 투자배급한 ‘피에타’에 꽤 많은 상영관을 내줬다. ‘피에타’는 지난 6일 개봉해 150개 상영관에서 교차 상영됐는데 황금사자상 수상 이후 237개 상영관까지 확대됐다. 증가된 상영관은 CGV가 상당수다. 6일을 즈음해 CGV 홈페이지에서 검색조차 어려웠던 ‘피에타’는 이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밤 시간대 주로 배치시켰던 영화는 낮 시간대 자리도 확보했다.
반면 ‘광해, 왕이 된 남자’는 개봉 3일 전인 10일까지도 스크린 수를 확정하지 않았었다. 11일 정오가 되어서야 대략 600개 이상을 확정했다. 개봉을 하루 앞두고 스크린 더 오픈할 수도 있으나 700개를 넘진 않을 전망이다. 알게 모르게 ‘피에타’가 ‘광해, 왕이 된 남자’의 흥행에 영향을 미쳤다는 다른 말이다.
CJ엔터테인먼트 측은 11일 “‘피에타’가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상영관과 관련해 영향을 일부 끼쳤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크진 않을 것”이라며 “‘피에타’가 수상을 해서 관심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이병헌을 향한 관심도 많다. 적절한 내부 토의를 통해 결정된 사항”이라고 전했다. CGV 측은 “CJ영화라고 해서 무작정 걸지는 않는다”며 “프로그램 팀에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 적절한 수준에서 안배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기덕 감독은 앞서 황금사자상 수상 직후 메이저로 불리는 영화계 관계자들에게 쓴소리를 했다. 국내 언론에 보낸 자료를 통해 “진정한 천만 관객은 중요하지만 수직 계열화된 극장을 몇 관씩 독점해 천만을 하면 허무한 숫자일 뿐”이라며 “그런 수익은 휴지일 뿐이고 그 누구도 진정한 영광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김 감독 입장에서는 이래저래 즐겁게 됐다.
한편 ‘피에타’는 순제작비가 1억5000만원(마케팅 등 총 8억5000만원)이다. 손익분기점은 25만명 선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