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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로는 처음이다. 칸과 베를린, 베니스 등 세계 3대 영화제를 통틀어 최고상을 받은 것도 최초다.
한국영화는 지난 1961년 강대진 감독이 ‘마부’로 베를린영화제 특별은곰상을 받으며 3대 영화제에서 심심치 않게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1987년 베니스는 ‘씨받이’(감독 임권택)의 강수연에게 여우주연상을, 2002년 칸은 ‘취화선’의 임권택 감독에게 감독상을 안겼다. 2004년에는 김기덕 감독이 ‘사마리아’와 ‘빈집’으로 각각 베를린과 베니스에서 감독상을, 박찬욱 감독이 ‘올드보이’로 칸 심사위원대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밀양’(감독 이창동)의 전도연이 칸 여우주연상, ‘박쥐’의 박찬욱 감독은 칸 심사위원상, ‘시’의 이창동 감독이 칸 각본상을 받는 등 낭보를 전해오기도 했다. 하지만 매번 최고상을 따내는 데는 실패했다. 올해도 칸과 베를린에서 좋은 소식은 들리지 않았지만 베니스 영화제를 기대해 볼만 했다. 베니스와 인연이 있는 김 감독의 ‘피에타’에 대한 현지 반응이 좋았기 때문이다.
결국 김 감독은 한국영화계에 큰 선물을 안겨줬고, 자신도 세계가 인정하는 최고 트로피 가운데 하나를 챙겼다. 1996년 ‘악어’ 연출을 시작으로, 1년에 거의 한 편씩 만들며 꾸준히 세계 영화제에 도전한 끝에 드디어 최고 상의 주인공이 됐다.
정규 교육과정을 밟지 않고 영화도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는 그지만 세계가 인정하는 거장 감독으로 다시 한 번 자리매김했다. 그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16살에 공장에서 일하며 갖가지 세상을 경험했다. 시선은 늘 음습해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지만 자신만의 세계를 독특히 구축해 주목받았다.
특히 이번 수상의 의미는 남다르다. 지난 2008년 이후로 은둔생활을 했던 그를 제대로 끄집어 낸 작품이기 때문이다. 제작을 맡아 흥행에 성공한 ‘영화는 영화다’가 사기를 당해 수익금을 받지 못했고, 함께 했던 후배는 자신을 떠나 상처를 받았다. ‘비몽’의 여주인공인 이나영을 죽일 뻔한 아찔한 사건도 그를 움츠러들게 했다.
그랬던 그가 지난해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아리랑’으로 세상 밖으로 한 발을 내디뎠고, ‘피에타’를 통해 세상과 정면 대결을 시도했다. 그는 자본주의의 병폐를 주제로 한 신작을 통해 베니스는 물론, 한국을 뒤흔들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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