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스타’ 이병헌의 첫 사극 연기를 볼 수 있는 ‘광해’는 ‘도둑들’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맞대결 형식은 아니지만 여전히 300개가 넘는 극장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 화려한 볼거리로 주목받는 ‘도둑들’은 한국 영화 흥행 1위인 ‘괴물’(1301만명)의 자리까지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광해’는 이병헌의 연기 변신과 함께 상상력이 돋보이는 참신한 스토리에 점수가 쏠린다. 이병헌은 최근 기자들을 만나 “가장 자신 있는 작품”이라고 꼽았고, 류승룡도 “‘도둑들’을 능가하는 화려함은 없겠지만 뭉클한 여운이 남을 것이다. 흥행을 떠나 내게 가장 큰 의미로 남을 작품”이라고 자신했을 정도다.
특히 엉덩이를 실룩대고 방귀를 뀌어대는 이병헌의 변신은 막강한 관전 포인트다. ‘한류 스타’의 아우라 속에 가려졌던 이병헌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왕을 대신해야 하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겁에 질린 눈망울은 어느새 이 시대가 기다려온 리더의 당찬 눈으로 바뀌어간다. 성장과정을 보는 관객들은 마치 그의 어미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할 테다. 섬세한 연출과 이병헌의 연기력, 곳곳에서 터지는 예상 밖의 ‘깨알 재미’ 덕분에 131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지겹지 않다.
충무로의 ‘카멜레온’ 류승룡 역시 오랜만에 진지한 모습으로 돌아온다. 남녀 간의 사랑과는 또 다른 남자들의 진한 우정이 또 한 번 깊은 감동을 전한다. 때로는 강렬한 카리스마를, 사랑하는 남자 앞에서는 여린 여성성을 지닌 한효주의 절제력 있는 연기 또한 주목할 만하다.
툭 하면 왕을 비웃으며 요상한 춤을 추던 만담꾼이 이상적인 왕으로 성장하는 것을 보고 조만간 대선 정국을 맞이하게 될 우리사회에도 행운이 올까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이성적인 리더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혹자는 허황된 꿈이라고 평할지 모르나 그 꿈이 모여 이상적인 현실을 만들 수도 있다. 화려한 액션과 스릴 넘치는 재미를 원한다면 굳이 권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뜨거운 뭔가를 1초라도 느끼고 싶다면 추천한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광해’는 ‘도둑들’과는 또 다른 재미를 느끼게 하는 영화다. 스토리가 부재한 할리우드식 영화에 질린 관객이라면 반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광해’는 당초 20일이었던 개봉일을 1주일 앞당겨 13일 출격한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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