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배우 정지훈은 영화 ‘스피드 레이서’(2008)에 이어 ‘닌자 어쌔신’(2009)으로 할리우드에 입성했다. 파격적인 액션과 신선한 마스크로 외국 팬들을 사로잡았다. 그는 가수로도 이름을 알렸다. 2년 전 한국을 찾은 톱스타 안젤리나 졸리는 “쿨한 스타”라고 비를 언급할 정도였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드라마와 가수로서의 활동도 착실히 해 나가며 팬들의 여전한 사랑을 받았다.
전지현은 지난 2009년 홍콩, 프랑스 합작영화 ‘블러드’로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하지만 흥행에는 참패했다. 2001년 ‘엽기적인 그녀’ 이후 따르지 않았던 흥행 운은 외국 작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2004), ‘데이지’(2006), ‘슈퍼맨이었던 사나이’(2008) 등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던 그의 최근작 ‘설화와 비밀의 부채’도 싱겁게 막을 내렸다. 이 영화는 아직 국내 개봉조차 예정돼 있지 않다.
정지훈은 가수와 연기자 활동을 하며 팬들과 자주 대면할 수 있었다. 적극적으로 팬들과 만나며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소통했다. 반면 영화가 주인 전지현은 외국에서 활동하며 국내 팬들과는 멀어져 가는 듯했다.
하지만 2012년 전지현은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을 만나 11년 만에 그간의 설움을 단번에 씻었다. 줄타기 전문 도둑 예니콜로 자신의 존재를 과시했다. 온전히 그의 공이라고 할 순 없지만 자신이 가진 매력을 유감없이 뽐내며 ‘도둑들’을 역대 한국영화 가운데 흥행 2위(누적관객 1232만여명)로 만드는데 일조했다. 홍보를 위해 간 홍콩에서도 엄청난 관심을 받았고, 국내에서는 한 이동통신회사와 스포츠 브랜드, 카페 브랜드 등의 광고 모델로 발탁됐거나 계약을 연장했다. ‘베를린’에 참여하고 있는 그는 차기 작품 선택도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정지훈은 군 입대 전 마지막 연기 작품으로 야심차게 준비한 ‘알투비: 리턴투베이스’의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다. 매력적인 최고 공군비행조종사 캐릭터를 맡은 그였지만 관객 동원에는 실패했다. 공식 홍보 행사에 나설 수 없는 정지훈은 다른 출연진의 무대 인사가 있는 극장에 관객으로 깜짝 등장하는 등 간접홍보에 나섰으나 효과는 크지 않았다. 현재까지(31일) 누적관객은 121만여명으로, 순제작비 90억원 남짓한 돈이 든 영화의 손익분기점(관객수치로는 약 350만명)을 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극장에 걸려있긴 하지만 퇴장 수순을 밟고 있어 더 이상의 흥행은 어려워 보인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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