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웃사람’의 김휘(43) 감독은 연출 데뷔작이 사랑받는 것에 대해 무척이나 즐거워했다. 김 감독은 “데뷔 작품이었지만 예산(순 제작비 20억원)이 많이 들지 않아 부담은 없었고, 손익 분기점만 넘기자는 게 처음 목표였다”며 “영화가 완성될 즈음에 엄청난 부담이 생겼는데 이유는 강풀 작가의 또 다른 작품 ‘26년’이 촬영을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웃사람’의 결과가 저조해 ‘26년’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다행히 지난 22일 개봉한 영화는 첫 주 박스오피스 관객만 100만명을 가뿐히 넘으며 순항하고 있다.
‘이웃사람’은 강산맨션에 사는 한 중학교 소녀의 죽음으로 시작, 열흘 간격으로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더 이상의 희생을 막으려는 이웃 사람들과 살인마 간에 벌어지는 일이 주요 전개다. 영화는 김윤진, 김성균, 마동석, 김새론 등의 앙상블이 돋보이지만 특히 안하무인 사채업자 안혁모를 연기한 마동석의 재발견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릴러임에도 관객에게 웃음을 주는 마동석은 철저히 계산된 캐릭터다. 김 감독은 “안혁모는 강산맨션에서 절대 권력자”라며 “그 지역에서 제거돼야 할 악당인데 영화는 살인자라는 더 나쁜 악당을 없애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진지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우리 사회 속에서도 법을 악용하고 있음에도 박수를 받는 순간이 있죠. 혁모가 수연에게 사채 전단지를 주는 장면에서도 관객들은 웃지만, 여과 없이 그런 것들이 학생들에게 전해지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도 하는 차원에서 다루고 싶었던 상징적인 캐릭터였어요. 현실에서는 심각하게 고민할 캐릭터인 거죠.”
김 감독은 “솔직히 스릴러라는 장르에서 문제가 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관객들이 안혁모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흥행이 된 것 같다”고 덧붙이며 웃었다.
적은 분량임에도 적극적으로 출연 의사를 밝힌 김윤진과 1인2역한 김새론 등 모든 배우들에게 고마워 한 김 감독은 연쇄살인범으로 극을 이끌어간 김성균의 역할에 대해서 강조했다. 김 감독은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 요원)들이 정리한 사례집과 연쇄살인범들을 검거한 형사들의 회고록 등을 살피며 디테일에 신경을 썼다고 했다.
“유명한 스릴러 영화에서 살인범은 똑똑하거나, 문제 해결자와는 심리적 갈등도 있어요. 두뇌게임도 하는 등 다양한 모습을 보이죠. 하지만 우리나라 연쇄살인 사건일지를 찾아보면 범죄자들이 저급하더라고요. 개인적인 욕망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고 잔혹하기도 하죠. 처음에는 치밀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무척 게으르다는 특징도 있더라고요. 그런 현실적인 연쇄살인범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는 “김성균씨가 연극배우인지라 캐릭터에 몰입해 연기하는 스타일인데 힘들어했다. 여선을 납치하는 장면을 찍을 때 손을 덜덜 떨었고, ‘애들이 이렇게 가벼운 것인가, 애들한테 방어력이 전무하다고 느꼈다’고 하더라”고 회상하며 살인범을 연기한 김성균을 칭찬했다.
김 감독은 늦깎이 영화 연출 지망생이다. 25세에 경성대 연극영화과에서 영화연출 전공으로 새롭게 도전했다. 졸업 후 1997년 초 부산국제영화제 홍보팀에서 5년간 일했다. 2005년에 영화제작사 JK필름에 입사했고 콘텐츠 개발 실장으로도 일했다. 이후 ‘해운대’ 시나리오 초고를 썼고, ‘하모니’와 ‘댄싱퀸’ 등에 참여해 좋은 성적을 냈다. ‘이웃사람’은 당초 영화화를 위한 시나리오 집필만 제의받았다. 제작상황이 좋지 않아 중단됐다 재개된 ‘이웃사람’이 다시 그에게 돌아왔을 때는 연출 의뢰까지 받았고, 그는 꿈을 이루게 됐다.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의 차이는 뭘까. 김 감독은 “감독을 하는 게 글 쓸 때보다 힘들지는 않은 것 같다”고 웃었다. “연출은 최종 결과물의 판단 주체가 되는 것이더라고요. 애초에 꿈이기도 했고, 연출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이라 재밌었어요. 작가는 이야기를 시작할 때 창조의 재미가 있을 수 있지만 마지막에는 구경꾼이 되는 거잖아요. 그런 부분이 답답한 지점이죠. 물론 감독은 결과물이 나오고 나서 부담감이 작가와 비할 바가 아니지만요.”(웃음)
김 감독은 “앞으로 눈물이든, 웃음이든 관객들에게 확실하게 카타르시스를 전하는 감독이 되고 싶다”며 “감독뿐 아니라 작가도 병행하고 싶다”고 바랐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필름마케팅 캠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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