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질책한다. 성군 세종대왕을 왜 코믹하게 그렸느냐고. 이 시대, 영화를 만드는데 성역이 있나. 다양한 이야기를 감독의 시선으로 다채롭게 풀어나가는 건데 안 될 이유는 없다. 이 영화의 소재는 세종대왕이 되기 3개월 전의 충녕일 뿐이다.
장규성 감독은 “영화를 통해 새로운 재미를 느꼈으면 한다”며 “익숙한 이야기 속에서도 나름대로 새롭게 풀어나가려고 했고, 또 어떤 주제의식도 담으려고 했다”고 밝혔다.
영화는 코미디 요소가 강하다. ‘재밌는 영화’(2002), ‘선생 김봉두’(2003), ‘여선생 vs 여제자’(2004), ‘이장과 군수’(2007)를 연출한 장 감독의 장점이 신작에서도 오롯이 드러났다. ‘나는 왕이로소이다’의 주인공들은 기존에 알고 있던 사극 속 인물들이 아니다.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붕하고 날라 이단 옆차기를 하는 태종(박영규)을 비롯해 싸움 잘 못하는 호위 무사(임원희), 엽기적인 세자빈(이미도) 등을 보면 웃음부터 나온다.
장 감독은 “처음 받아본 시나리오에는 코미디가 없었다”고 했다. 10번 정도 고치고 고쳐 코미디를 입혔다. 역사책을 읽으며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새롭게 만들어보자는 시도를 했고,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왔다.
아쉬운 건 조만간 개봉하는 ‘광해, 왕이 된 남자’와 비교해 ‘나는 왕이로소이다’를 하대하는 시선이 있다는 것이다. 장 감독이 영화에 들어갈 때 즈음 이병헌을 주연으로 하는 ‘광해, 왕이 된 남자’도 작업이 진행됐다. 당시 이 영화의 제목은 ‘나는 조선의 왕이다’였다. 대중은 혼란스러워했다. 장 감독은 “주위에서 ‘나는 왕이로소이다 이거 패러디한 거래. 빨리 찍어서 그냥 재미 좀 보려는 건가봐’라는 소리를 들을 때 정말 답답하고 화가 났다”고 했다.
잠시 동안 혼란의 시기와 안타까운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촬영은 사고 없이 마무리 됐다. 그는 배우들에게 고맙다고 했다. 박영규, 임원희, 김수로 등 코미디에 강한 배우들은 자신의 장기를 살려 관객에 웃음을 준다. “사실 난 놀고먹은 것 밖에 한 게 없을 정도”라며 “배우들이 알아서 상황을 재밌게 만들기도 하고 연기를 제대로 해줬다”고 웃었다.
덕칠과 충녕로 1인2역에 처음 도전하는 주지훈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따가웠다. 연기적인 면에서도 그렇고, 주지훈은 마약 파문도 걸림돌이 됐다. 앞서 관련 사건으로 주지훈은 군입대를 했고, 3년이란 시간동안 쉬었다가 이 영화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장 감독은 어떤 생각이었을까.
장 감독은 주지훈을 칭찬했다. “일단 남자배우가 잘생겨야 하는 건 당연하다”며 “덕칠로 나오는 부분을 많이 고민을 했는데 지훈씨가 스스로 다양하게 연구해 왔더라”라고 회상했다.
“말끔하게 생겨서 외모로 기대가는 친구들도 있는데 이 친구는 그게 아니라 연기 철학도 있고 연기를 할 때 분석을 하더라고요. 이런 친구들이 망가져주면 극이 재밌어지거든요? 솔직히 이미지 망가지는 역할을 안 하려고 하는 배우들이 많은데 지훈씨는 개의치 않았어요.”
장 감독은 “1인2역이 힘들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어느 누가 와도 이렇게 연기 잘하는 또래 배우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만족했다.
흥행이 조금 안 돼 속상한 듯 보였지만 코미디라는 자신의 장점을 버릴 생각이 없다.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다는 게 뿌듯해요. 나 자신에게 대견하기도 하죠. 제 영화로 인해 즐거울 수 있다면 좋은 거예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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