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연예계에 복귀한 후배 주지훈을 향한 애정 어린 시선, 마음 씀씀이가 예사롭지 않다. 임원희는 사극 코미디에 처음으로, 그것도 1인2역으로 도전한 주지훈과 콤비로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감독 장규성·8일 개봉 예정)의 대부분을 이끌어 간다.
“드라마 ‘궁’, ‘마왕’ 등의 작품에서 지훈씨가 연기하는 걸 봤는데 굉장히 똑똑한 친구더라고요. 사극 코미디 첫 도전이다 보니 연구도 많이 하고 노력하는 모습도 보였죠. 제가 생각한 것보다 영화가 더 잘 나온 것 같아 좋아요. 솔직히 이 영화는 지훈씨가 1인2역을 실패하면 못 보거든요.”(웃음)
영화가 오픈되기 전, ‘나는 왕이로소이다’를 바라보는 영화계와 팬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았다. 코미디 연기에 검증이 되지 않은 주지훈을 향한 시선이 반신반의였다. 뚜껑을 연 영화는 웃기다. 귀공자 이미지를 벗고 작정하고 웃기는 주지훈을 보고 놀랄 이가 많을 것 같다. 또 영화는 대선을 앞둔 대한민국에 ‘성군(聖君)이란 무엇인가’라는 생각거리도 던져준다.
임원희는 “지훈씨가 (마약 사건과 관련해) 복귀하는 부담이 있었겠지만 그 부담과 기다림을 초월한 것 같다”며 오랜만에 복귀한 후배의 코믹 연기를 인정한다. 그는 “3년 만에 다시 연기하는 건데 나쁘지 않다”며 “계속해서 술 한 잔 먹고 싶은 편한 동료가 됐다”고 웃었다.
임원희는 삶이 뒤바뀌어 고생하게 되는 충녕을 찾아 나섰다가 그와 함께 고생길에 오르는 호위무사 해구를 연기했다. 삶이 바뀌어 노비로 살아야 하는 왕세자 옆을 보위하며 그의 수발을 들어줘야 하는 캐릭터. 다리 아픈 왕세자를 업어줘야 하고, 변도 닦아줘야 하며, 밥도 얻어다 먹여줘야 하는 등 고생하는 인물이다.
“생각보다는 힘이 들지 않았어요. 액션 신도 별로 없었고요(해구는 일명 ‘빽으로’ 호위무사가 된 무술 잘 못하는 캐릭터다). 그건 사람 마음먹기 달린 거더라고요. 6개월 동안 산을 돌아다니며 찍었는데 ‘이야~ 좋다. 마음 편하게 술 먹을 수 있겠구나’하고 놀았죠. 그래서 지훈씨와 더 친해지고 잘 촬영한 것 같아요.”(웃음)
임원희는 많은 이들이 알다시피 영화 ‘다찌마와 리’를 통해 웃음을 준 배우. 이번에도 진지한 상황에서 웃기는 능력이 탁월한 ‘임원희식’ 코미디가 팬들을 재미나게 만든다. 임원희는 성격상 연기적으로 조언을 해주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주지훈에게 뭘 알려주려고 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다만 이야기를 편하게 했다.
때문에 빨리 친해졌다고 하는데 너무 편해진 건 아닐까. 남루한 모습으로 돌아다니는 두 사람 모습이 자연스럽다. 선배들도 하나같이 그렇게 말했단다.
임원희는 “백윤식 선배가 촬영장에 처음 우리를 만났는데 깜짝 놀라시더라. 우릴 보고 진짜 거지 두명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며 “그게 나쁘지는 않았다. 거지꼴이 당연히 우리 역할이니까 기분이 좋더라. 거지꼴로 굴러다닌 것도 매력이라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주지훈과 많은 신을 함께 했지만 또 다른 코믹 이미지 배우 김수로와도 호흡 맞추는 신이 있다. 두 사람 모두 코미디에 욕심이 있는 배우들. 임원희는 “수로씨와는 선의의 경쟁을 했다”며 “많은 신을 함께 하진 않아서 몰랐는데 나중에 화면을 보니 역시 잘 했더라. 수로씨뿐 아니라 선배님들을 보고도 ‘역시 이렇게 다들 해내시구나. 이런 게 배우구나’ 했다”고 감탄했다.
코믹한 모습으로 자신을 부각시켜 도움을 얻긴 했지만 그렇게만 인식되는 게 싫지는 않을까. “예전에는 싫었는데 지금은 괜찮아졌어요. 초월했다기보다 신경을 쓰지 않아요. 하지만 분명히 내가 코미디를 많이 했는데 어느 순간 질리겠다는 생각은 해요. 위기감도 느껴지고요. 다음 작품 할 때 참고사항이 되죠.”
임원희는 또 “나에 대해 부각된 이미지가 영화 ‘다찌마와 리’가 강해서 그런 것 같다. 코믹한 이미지가 아닌 작품도 많이 했는데 흥행이 안 되면 그런 사항들을 잘 모르시더라”고 웃으면서도 아쉬워했다.
연극배우 출신이라 연기를 잘 하는 것 같다고 하니 “연극배우 출신이라 연기를 잘 할 것 같은 생각을 하는데 모두 연기를 잘 하는 건 아니다”라고 손사래 쳤다. 임원희는 “선배 송강호와 설경구, 최민식 선배가 대학로에서 연극하는 모습을 봤는데 그들은 전설이었다”고 회상하며 “자신은 일반 보통 연기자일
그는 “주연도 할 수 있고 조연도 할 수 있다는 게 좋다”며 연기생활을 만족해했다. 비슷한 역할이 들어와도 어떻게 하면 변화된 연기를 보여줄까 고민한다는 그의 차기작이 또 궁금해진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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