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께 있을 땐 가족, 돌아서면 적(敵)
이번 사태를 통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은 소속사와 가수의 관계다. 티아라 소속사 코어콘텐츠 미디어는 지난 7월 30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화영의 계약해지를 밝혔다. 논란이 증폭된 것은 소속사 밝힌 탈퇴 이유였다. 소속사 측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화영에 대해 “돌발행동을 하고 팀 내에서 막내답지 않게 톱스타인냥 행동을 했다”고 비난했다. 특히 화영이 KBS ’뮤직뱅크’ 대기실에서 목발을 던지고 소리를 지르겠다고 협박을 했다는 등 당시 상황을 비교적 상세하게 묘사했다.
하지만 정작 화영이 이 같은 행동을 한 이유에 대해서는 입장을 들을 기회는 없었다. 목발을 집어던지고 소리를 지르겠다고 협박한 것은 단순히 비정상적인 ‘돌발행동’으로 치부됐다.
화영의 탈퇴와 함께 공공연히 불거졌던 팀내 불화설 왕따설에 대해 사실무근을 주장하며 티아라의 이미지 보호 차원에서 강력하게 법적대응 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소속사가 계약 해지된 멤버에 대해 공공연하게 ‘거만하고 이상 행동을 한다’고 힐난한 것은 정서적으로 쉽게 납득이 쉽게 되지 않는다. 함께 있을 때는 가족이지만 돌아서면 적이 되는 우리나라 연예계의 치부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 화영의 돌출행동 만약 사실이라면‥
K-팝 아이돌이 만들어지는 과정 역시 이번 사태을 일으킨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다. 티아라 소속사 김광수 대표가 지난 6월 밝힌 대로 티아라는 많은 연습기간을 거치지 못하고 데뷔한 아이돌 그룹이다. 준비과정이 부족했다는 것은 비단 멤버들의 실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들이 많은 팬들의 인기를 누릴 만큼의 인성도 포함되는 것. 멤버들 역시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의 비교적 어린 나이다.
김광수 대표 역시 당시 이 점을 언급하며 “3년쯤 지나면 자만하고 나태해지는 선례를 많이 보고 느껴왔다”고 밝혔다.
만들어진 음악과 콘셉트 활동 방식 등이 모두 이미 정해진 상황에서 이들이 주체적으로 선명한 목적의식이나 직업의식을 갖기는 어렵다. 자만과 나태의 원인은 시스템 자체의 문제점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소속사의 주장처럼 화영의 돌출 행동들이 스태프들과 멤버들을 힘들게 했다면 그 책임은 분명 일정부분 소속사에도 있다. 기획사에서 만들어진 아이돌 가수의 매니지먼트란 단순히 스케줄 관리 이상의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 팬덤의 티아라 흠집내기 정당했나?
화영 퇴출 사태를 진흙탕으로 만든 건 일부 네티즌들의 마녀사냥식 여론몰이에도 있다.
최근 창설된 티아라 팬클럽 ‘퀸즈’의 회원수는 1만 6천여명, 화영의 탈퇴 이후 ‘티아라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카페의 회원수는 30만명에 육박했다. 이 숫자가 주는 의미는 평소 티아라의 팬도 아니고 관심도 없었던 네티즌들이 이번 논란에 대거 참여했다는 뜻이다. 논란 자체를 즐긴 네티즌들이 상당수 였던 까닭에 사태의 본질과는 무관한 마녀사냥이 펼쳐졌다.
논란이 촉발된 것이 멤버들간의 갈등과 소위 왕따설이긴 하다. 하지만 이를 증명하겠다며 티아라의 방송출연 당시의 모습을 캡처 해 편집해 인터넷에 게제하며 특정 멤버를 비난하는 모습은 분명 일부 작위적이었다. 여기에 소위 신상털기 방식으로 다른 멤버들의 데뷔 전 모습을 인터넷 상에 유포하며 이번 사건과 연결시키는 인신공격까지 서슴치 않았다.
실제로 K-팝을 이끄는 것은 K-팝을 사랑하는 팬들이지만 K-팝을 망칠 때는 익명의 네티즌들이다. 멤버들의 방송출연을 반대하고 극단적으로 티아라의 해체까지 요구하는 네티즌들이 과연 티아라의 팬이었는지 생각해볼 문제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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