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티아라에 대해 안타깝다 생각한 적이 있었다. 연기, 예능 등 개별 활동 중에도 쉴 새 없이 신곡을 내놓으며 팀 활동을 거듭해 온 지난 여정의 보이지 않는 땀과 눈물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걸그룹 최초로 일본 도쿄 부도칸 단독 공연을 성사시킨 티아라는 두 시간 여를 꽉 채운 레퍼토리로 짧고도 긴 4년차 걸그룹의 위풍당당함을 보여줬다.
지난 25, 26일 양일간 일본 도쿄 부도칸에서 티아라 정규 앨범 ‘Jewelry box’(주얼리 박스) 발매 기념 투어 콘서트가 열렸다. 티아라는 부도칸의 상징인 대형 일장기 아래 펼쳐진 2시간의 티아라틱(T-aratic) 무대 향연을 펼쳤다.
가히 현지에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가요계 ‘무한도전’을 자처한 티아라다운 무대였다. 데뷔 후 쉼 없이 활동하며 꾸준한 변신을 통해 타 그룹과 차별화된 매력을 구축해 온 티아라는 이번 공연 역시 히트곡으로 꽉 채우며 팬들과 뜨겁게 호흡했다.
‘롤리폴리’로 포문을 연 티아라는 ‘왜 이러니’ ‘티아라틱 매직 뮤직’으로 분위기를 달궜으며 ‘야야야’ ‘거짓말’ ‘크라이 크라이’ ‘너 때문에 미쳐’ ‘애플 이즈 에이’ ‘보핍 보핍’ ‘처음처럼’ ‘바이 바이’ ‘데이 바이 데이’ ‘티티엘’ ‘러비더비’ 등 20여 곡의 레퍼토리를 이어갔다.
티아라는 공연 내내 한국어를 사용하지 않고 일본어를 구사, 팬들과 직접 소통을 시도했다. 또 ‘CHOO CHOO TRAIN’(효민 지연 은정), ‘CUTIE HONEY’(소연), ‘AITAKATTA’(큐리 보람) 등의 유닛, 솔로 무대로 스포티, 섹시, 큐티한 매력을 발산했다.
부도칸 콘서트 최고의 발견은 단연 보람이었다. 그간 팀 내 맏언니로서 진중하고 내성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보람은 제대로 물 만난 듯 시종일관 무대를 뛰어 놀았다. 1만 명의 관중을 쥐락펴락하는 자연스러운 매너가 돋보였다.
반면 화영은 공연 이틀 전 한 음악 프로그램 녹화 후 무대를 내려오다 왼쪽 발목 부상을 입은 탓에 이번 콘서트에 참여하지 못했다. 화영은 목발을 짚고 무대에 올라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으나 못내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또 티아라는 최근 새롭게 영입한 여덟 번째 멤버 아름과 연내 팀에 합류할 제 9의 멤버 다니를 이번 콘서트를 통해 팬들에게 처음으로 소개했다. 아름은 파워 댄스 무대를 통해 향후 보다 다양해질 티아라 컬러의 다크호스임을 입증했다.
이번 티아라 공연은 여성 팬들 못지않게 남성 팬들의 비중이 높아 일본의 ‘삼촌팬’에게 어필하는 티아라만의 매력을 엿보게 했다. 공연을 관람한 이토 마사키(31) 씨는 “티아라 멤버들은 모두 매력이 넘쳤고, 우리는 러닝타임 내내 즐겁고 행복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들은 완벽했다”고 말했다.
아베 료우타(43) 씨는 “무대 위의 몸짓 하나하나 살아있는 느낌이었다. TV에서만 보던 티아라와 한 공간에서 같은 노래를 부르며 호흡 할 수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스즈키 유카(19) 씨는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서 열리는 콘서트에도 가서 한국의 티아라 팬들은 어떻게 호흡하는지 느끼고 함께 즐겨보고 싶다”고 말했다.
티아라 측에 따르면 이번 부도칸 콘서트 관객 성비는 5:5 수준으로 여성은 10~20대, 남성은 20~50대에서 강세인 것으로 분석됐다. 남성의 경우 샐러리맨들의 관람 비중이 특히 높았으며, 공연장 곳곳에서 남자 화장실 앞에 긴 줄이 서있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번 ‘주얼리 박스’ 투어는 지난 6월 나고야 공연을 시작으로 오사카, 후쿠오카, 센다이, 삿포로에 이어 도쿄까지 6개 도시에서 총 11회 진행됐다. 이번 투어를 통해 티아라는 약 4만 명의 일본 팬들과 만났다.
무엇보다 이번 투어는 티아라가 일본에 데뷔한 지 불과 1년 만에 내놓은 성과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지난 2011년 7월 시부야 악스홀에서 데뷔 쇼케이스를 펼친 티아라는 이후 총 4장의 싱글 및 1장의 정규 앨범를 발매하며 왕성하게 활동한 덕분에 평일 이틀 동안에만 2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저력을 보였다.
한국 걸그룹이 부도칸에서 단독 공연을 펼친 것 또한 이번이 처음. 티아라는 부도칸에 발도장을 찍은 최초의 걸그룹이라는 기분 좋은 타이틀을 갖게 됐다.
다만 히트곡 나열식의 단조로운 공연 구성은 아쉬움을 남겼다. 공연을 ‘보는’ 재미뿐 아니라 ‘즐기는’ 맛까지 줄 수 있다면 꿈의 도쿄돔 입성도 한 발짝 가까워지지 않을까 싶다.
[도쿄(일본)=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코어콘텐츠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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