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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기대를 받아 행복하면서도 기대치가 높아 부담이 크다”고 했다. 5개월하고 15일이라는 시간동안 약 140억원이 넘는 돈을 쓴 ‘전쟁터’. 그는 전작인 “‘전우치’ 때보다 덜 겁나긴 했다”며 “믿고 함께 할 이들이 많아서”라며 웃었다.
최 감독은 “외롭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진정으로 즐기면서 찍었다”고 회상했다. 이태리의 거장 감독인 故페데리코 펠리니(1920~1993)를 언급하며 “펠리니가 영화는 친한 사람과 소풍가는 기분으로 찍는 거라고 했던 말이 기억이 나는데 이번에 그 말이 맞는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김윤석, 김혜수, 전지현, 이정재, 김해숙, 김수현 등과 함께 한 즐거운 소풍. 괜찮은 배우들과 함께 하며 느낀 게 또 있다. 좋은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마음에 드는 캐스팅을 하려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하는 것 같아요. 배우가 영화의 운명을 결정하고, 영화의 향기를 다르게 만들죠. 이번에 또 한 번 느꼈어요.”
최 감독은 “배우들이 만족해야 내가 원하는 것을 다 할 수 있다”며 “감독의 정체는 야심가다. 영화 찍는 그 자체도 야심이다. 하지만 배우가 없으면 야심의 ‘야’자도 못 꺼낸다”고 배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영화가 시간을 견디는 힘은 내용이기도 하지만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이기도 하다”며 “영화가 개봉된 뒤 시간이 흐르면 스토리는 잘 기억이 안 나게겠지만, 우리 영화의 캐릭터는 기억이 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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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김혜수의 카리스마도 무시할 수 없다. 김혜수가 연기한 금고털이 전문 도둑 팹시는 한눈에 파악할 수 없는 캐릭터. 모범수로 가석방된 그는 마카오 카지노에 숨겨진 희대의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을 탈취하는 한중 연합 도둑 작전에 합류한다. 하지만 이 작전에 참여한 속내를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인물이다.
최 감독은 “극 전반을 서서히 잠식시키는, 안개 같은 사람이 필요했다”며 “그건 혜수씨 밖에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김혜수를 합류시키는 건 어려웠다. 어떻게 보면 팹시는 최 감독이 그동안 집중시키지 않았던 캐릭터다. 스크린에 어떻게 그릴지 위험하기도 했고, 힘들기도 했다. 결국 한국 도둑들 가운데 마지막으로 김혜수가 합류, 스크린에 매력으로 오롯이 전했다. 최 감독은 “시나리오보다 훨씬 더 혜수씨 캐릭터가 좋다”며 “시나리오보다 영화가 안 좋을 수 있는데 ‘도둑들’은 더욱 더 풍부해졌다”고 만족해했다.
“사실 혜수씨가 못한다고 한 캐릭터였어요. 새벽 3시에 문자가 오더라고요. ‘팹시 제가 해야겠어요’ 하는데 정말 기뻐서 ‘도둑들에 합류한 것을 축하합니다’라고 답문을 보냈죠. 그러고 혼자 밤에 술을 마셨어요. ‘와! 드디어 혜수씨도 내가 캐스팅했다’하며 좋아했죠.”(웃음)
김수현이 연기한 신참 막내 도둑 잠파노도 눈여겨볼 캐릭터다. 김수현은 드라마 ‘해를 품은 달’로 엄청난 인기를 끌기 전 ‘도둑들’에 합류했다. 가수 아이유 팬인 최 감독이 ‘드림하이’ 속 김수현을 알아봤다.
“수현씨가 독특한 매력이 있더라고요. 훌륭한 미소를 가졌는데 그 뒤에 뭔가가 있을 것 같은 인물이에요. 20대 밖에 안 됐는데 말이죠. 선배들과 함께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앉아있는 것도 솔직히 부담스러운데 잘 하더라고요. 다른 배우들도 수현씨에게 가장 많이 한 말이 ‘너는 진짜 잘 될 거다’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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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눈은 높은데 시나리오가 성에 안 차니 계속 고치는 것 같다”며 “배우, 스태프와 대화를 하며 좋은 생각이 나는 것 같다”고 웃었다. “배우들의 말투도 유심히 봐요. 조사 하나까지도 조금씩 바꾸죠. 배우 특성에 맞춰서 다른 문장으로 바꿔보자며 관찰을 해요.”(웃음)
극중 캐릭터와 실제 배우들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듯한 인상은 최 감독의 관찰력의 결과다.
“영화는 하면 할수록 어렵다”고 생각하는 최 감독. 예술과 상업 사이를 왔다 갔다 해야 한다는 그는 지금보다 더 열심히 많은 작품을 찍고 싶다고 했다. 할리우드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연출력이지 않을까라고 하니 “좋은 작품 제안이 오면 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영화계에서 한국은 전세계적으로 독특한 나라”라고 말했다. 그는 “자국의 자본으로 1년에 100편씩 영화를 찍는 건 대단한 것”이라며 “또 엄청나게 연기 잘하는 배우 풀도
부담은 된다고 했지만 작품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최 감독의 ‘도둑들’은 관객의 평가라는 마지막 관문을 남겨뒀다. 25일 개봉한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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