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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이 4년 만에 18번째 영화 ‘피에타’로 돌아왔다. 제작에 참여한 영화 ‘영화는 영화다’가 흥행했으나 이득을 얻지 못했고, 장훈 감독과의 불화, 여배우 이나영을 죽음에 이르게 할 뻔한 아찔한 사고 등 여러 가지로 고통을 받으며 은둔 생활을 했던 그는 연출자로서 복귀의 변을 이 같이 밝혔다.
19일 서울 중구 정동에 위치한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열린 ‘피에타’ 제작보고회에 주연배우인 이정진, 조민수와 함께 참석한 김 감독은 시종 밝은 표정이었고, 과거의 시련은 잊은 듯 농담도 건네며 유쾌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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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를 베풀라’는 말이 본인에게 하는 말 같다고 하자 김 감독은 “나를 포함해서 모든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는 “‘피에타’라고 제목을 정한 건 ‘현대를 사는 우리들은 모두 신 앞에서 자비를 바라야 하는 것 아닌가’하고 생각했다”며 “크게는 전쟁, 작게는 사소한 싸움까지 돈 때문에 많은 것이 엉켜버린 상황 같다. 대부분이 돈, 명예 때문에 그렇게 된 게 아닐까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영화에 시사적인 면만 있는 게 아니라 가족, 복수에 관한 이야기도 내포하고 있다”며 “또 현대사회가 거미줄처럼 엉켜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15살부터 군대 가기 전까지 약 7년간 청계천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청계천은 내 어린 시절 중요한 공간이다. 청계천이 향후 몇 년이면 없어질 것 같은데 청계천을 통해 자본주의에 잠식당하는 현실의 모습을 비유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극중 청계천은 영화의 시작인 동시에 미스터리의 키를 쥔 여자의 정체가 밝혀지는 중요한 공간이다.
영화는 악마 같은 남자 강도(이정진) 앞에 어느 날 엄마라는 여자(조민수)가 찾아와 이 두 남녀가 겪게 되는 혼란, 그리고 점차 드러나는 잔인한 비밀을 그렸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비극을 다루며 대중이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지닌 동시에, 김 감독만의 개성 넘치는 영화 색깔을 그대로 전할 계획이다.
2001년 ‘나쁜 남자’보다 더 잔인하고 악랄하지만 통렬한 슬픔까지 전할 예정이다. 김 감독은 “배우들은 중요한 재료이자 물감이라고 생각한다”며 “물감이 있어야 그림을 그리는데 배우들은 다양한 색깔처럼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번 영화에서는 ‘나쁜 남자’의 여성 캐릭터와는 접근방식이 다르지만, 그 안에 논란의 소지도 있는 것 같다”고 기대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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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진은 “지금 아니면 나중에 또 할 수 있을까 했다”며 “영화는 파격적이지만 분위기는 조용하고 편안하게 흘러갔다. 서로의 욕심에 기분 상하고 언성이 높아질 수 있는데 그런 것조차 없었다”고 만족해했다.
김 감독은 자전적 다큐멘터리 ‘아리랑’으로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그랑프리를 받았을 때도 국내 언론 앞에 나서는 것을 꺼렸다. 영화 촬영 현장에서 현장공개 행사 식으로 언론을 대한 적은 있지만 18번째 영화 가운데 처음으로 이날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그는 “지난해 어떤 신념 때문에 발언을 안 하고 인터뷰도 안했다”며 “죄송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감독은 영화로 말해야 한다는 게 내 첫 번째 원칙이다. 감독은 자기 생각을 들키지 말아야 할 때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전에는 고집스러운 면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내 속에 있는 것을 100% 동의 받으려하지 말자. 조금 부드럽게 살아가자’는 생각을 했다”면서도 “또 언제 변덕을 부려 숨을지는 모르겠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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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극장에서는 많이 보지 않지만 불법다운로드나 다른 방법으로 많이 본다고 생각한다”며 “잠정 관객은 적어도 50만명은 되지 않을까 한다”고 웃었다. 이어 “많은 분들이 애정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내 영화를 좋아하는 때가 왔으면 좋겠다”며 “내 영화를 보면 인생을 알지 않을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처음에는 낯설고 힘들겠지만 접근해 보면 좋지 않을까하고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김 감독의 16년 영화인생을 담은 ‘히스토리 영상’과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포스터 촬영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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