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2일 대법원은 서태지가 협회를 상대로 낸 저작권료 반환 청구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심 파기 환송 판결을 내렸다. 1심과 2심을 거쳐 부분적 승소 판결을 받은 부분들을 모두 다시 처음부터 논의하라는 것.
서태지와 저작권 협회의 갈등은 1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태지는 2001년 이지수가 자신의 노래 ‘컴백홈’을 무단으로 패러디한 사건을 계기로 2002년 1월 협회의 탈퇴를 신청했다. 이를 협회가 거절하자 서태지는 ‘신탁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 2003년 4월 1일 가처분 결과 했고 이후 3년 반 동안본안소송을 거쳐 2006년 9월 1일 협회로부터 공식적으로 탈퇴했다.
이후 서태지는 협회에 가처분 판결 후 ▲ 본안 판결이 날 때 까지 3년 반동안의 저작권료 반환 ▲ 협회가 사용자들에게 자신의 탈퇴를 고지하지 않은 것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 법원에서는 두 가지 사안에 대해 모두 저작권 협회의 손을 들었지만 고등법원은 협회가 사용자들에게 협회 탈퇴나 가처분 사실을 명확히 알리지 않아서 서태지의 저작권료 징수를 방해했다는 사실을 인정,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2심의 손해배상 뿐 아니라 1심의 저작권료 반환 판결을 포함해 파기한 것으로 서태지와 저작권 협회의 공방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 셈이다.
10년 이상을 끌어온 공방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된 상황이지만 그 과정이 무의미하지는 않았다. 가장 먼저 리메이크 등의 저작인격권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가장 크다. 협회 회원의 곡이면 무단으로 리메이크가 가능했던 시절과 달리 현재는 원작자의 동의가 필요하도록 제도가 바뀐 것.
또 서태지의 소송을 계기로 협회는 저작자가 협회를 탈퇴할 경우 홈페이지와 이메일 등으로 사용자에게 탈퇴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는 것도 유의미한 변화다.
미국과 일본처럼 저작자가 저작권을 방송, 온라인 유통, 노래방 등 부분을 나눠 신탁할 수 있도록 하거나 복수신탁단체의 논의도 진행됐다. 실제로 문화관광부에서 ‘신탁 범위 선택제’를 입법예고 하고 8월 6일까지 각계의 의견을 수렴 중이다.
서태지 측은 “끝으로 이번 판결은 우리와는 견해가 다소 다르지만 법치주의를 존중하기에 이번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다시 한번 저작자의 정당하고 올바른 권리를 찾기 위해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항소심을 준비한다”고 밝혔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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