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최고 히트곡 중 하나인 ‘나 혼자’는 이별 후 혼자가 된 화자의 쓸쓸함을 표현한 곡이고 씨클라운의 솔로 역시 비슷한 맥락의 노래다. 이별 후 상처라는 주제는 꾸준히 반복돼 온 소재지만 상대방에 대한 그리움 보다는 자신의 상처에 더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조권의 ‘암 다 원’, 슈퍼주니어의 ‘섹시 프리 앤 싱글’ 같은 곡들은 자신을 향한 시선을 긍정적 방향으로 풀어낸다. ‘섹시 프리 앤 싱글’은 자신감 넘치는 싱글 남성을 콕 집어 냈고, 조권의 ‘암 다 원’은 나는 세상에서 유일한 사람이라는, 조금 더 보편적인 주제로 접근한다.
기실 이 같은 주제는 K-팝 가사에서 일반적 내용들이다. 보아의 ‘걸스 온 탑’부터 원더걸스의 ‘소 핫’ 소녀시대의 ‘더 보이즈’에 이르기까지 ‘당당한 자신’을 주창하는 주제의 가사들은 우리 K-팝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다만 기존 가사들이 대체로 계몽적이고 선동적인 느낌을 주거나 지나치게 단순한 허세처럼만 보이던 것과 달리, 최근 K-팝 가사에 나타는 ‘나’라는 주제는 보다 구체적이고 다양한 정서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조권은 “단순히 내가 유일하다는 내용이 아니라 소위 B급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세상의 차별어린 시선에도 불구하고 음악안에서 이 같은 차별 없이 모두가 소중하고 아름다운 존재로 인식됐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나’라는 주제가 이토록 다양한 형식으로 표현되는 것은 일면 흥미로운 일이나 결국 노랫말의 소재 자체가 진부하다는 건 지적할 만 하다. 이는 아이돌 가수들이 표현할 수 있는 주제가 다소 한정적이기 때문이 가장 크다. 기본적으로 대중을 대상으로 보편적인 정서에 호소하기 위해서는 사랑 노래가 가장 유효하고 이를 제외하면 자신들의 자존감을 내세우는 내용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