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생방송처럼 돌아가는 촬영 현장. 주어진 상황을 비관하고 넋 놓고 있어봤자 달라지는 건 없어요. 정글 같은 연예계에서 신인에게 가장 중요한 건 순발력과 강단, 긍정적인 마인드인 것 같아요. 과정이 어찌됐든 시청자에게 전달되는 건 결과물이기 때문에 완성도가 떨어지면 그 비난은 고스란히 배우에게 돌아와요. 잔인한 곳이지만 결코 떠날 수 없는 꿈의 공간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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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드라마를 자주 보지 않아 처음엔 저조차 생소했어요. 하지만 신인 배우들이 스스로 작품을 선택하는 경우는… 사실상 없죠. ‘내가 잘하는, 어울리는 것’이라는 판단은 대중의 몫이잖아요. 일단 경험을 쌓으려면 어떤 작품이든 해야죠. 다른 건 몰라도 ‘매일 매일 부모님이 나를 보실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그저 기뻤어요. 60~70년대의 아련한 향수를 느끼게 하는 분위기도 좋았고요.”
그는 극중 자기가 맡은 일에 대해선 칼날처럼 냉철하지만 사랑하는 여자에게만은 따뜻한 박노경 검사로 분했다. 당시 시대를 살아본 시청자들이 최대한 이질감을 갖지 않도록 표현하는 게 포인트다.
“연기를 하면서 딱딱한 대사, 소극적인 감정 표현에 답답할 때도 있지만 그게 그 시대의 아름다운 감성인 것 같아요. 영화 ‘건축학개론’ 을 통해 느낀 어설프지만 순수한, 복고의 미학이 작품의 포인트죠. 중학교 1학년 때 좋아했던 친구가 있었어요. 너무 좋다 보니 오히려 표현하지 못했죠. 당시에는 정말 갑갑하고 힘들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저 웃음이 나요. 바로 그 기분으로 작품에 임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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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비상을 시작한 그는 “누구나 좋아할 수밖에 없는 비현실적인 ‘왕자’ 캐릭터 보다는 일상에서 충분히 접할 수 있는 현실적인 역할을 맡고 싶다”며 바람을 전했다.
사실 전작 ‘아테나- 전쟁의 여신’ 후 갖은 1년 2개월의 공백기는 지옥과 같은 시간이었다. 역경의 시간을 보내던 그는 자신의 얼굴이 들어가는 포스터를 처음 보고 형언할 수 없는 짜릿함을 느꼈다고.
오창석은 “지금까지 주위만 맴돌다 이제야 중심에 섰다는 느낌이 든다. 단역에 불과한 분량을 소화하며 행복했지만 늘 갈증이 있다”며 털어놨다.
“지금은 ‘내가 연기를 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 좋아요. 특히 가족 드라마라서 많은 선배님들과 함께 해 배우는 게 많거든요. 감독님 역시 매순간 좋은 가르침을 주시고요. 촬영장의 열악한 환경까지도 제게는 모두 공부꺼리죠. 물론 주인공다운 연기를 보여드리고 인정받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최선을 다해 꼭 이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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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석은 “강단, 자신만의 고집이 있다면 연예계 일을 하는데 어려움이 클 것 같다”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연예계가 잔인하다지만, 그 어느 때 보다 행복한 자신을 발견한다고 했다.
“뜨고 싶어서 배우를 하는 게 아니에요. 연기를 하고 싶어 인기를 원하는 거죠. 인지도가 생기기 전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으니까요. 신인들은 ‘버티기 싸움’이기 때문에 의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안전한 길을 택해 평생의 행복을 반으로 줄일 바에는 지금 힘들더라도 오랫동안 즐거운 삶을 살고 싶어요.”
세종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를 나와 평생 ‘디자이너’를 꿈꿔왔던 오창석. 디자이너의 꿈을 포기하고 천태만상
어쩌면 앞으로 그의 길은 험난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분명 한 템포 늦었지만 이 모든 과정을 이겨내고 찬란하게 빛나는 배우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줬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기자 kiki2022@mk.co.kr/사진 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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