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의 결과물이라는 것이 결국에는 4년 간의 내 심리상태가 반영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동안 나는 삶의 어떤 시간들 보다 편안하고 행복했던 거다. 일적으로 가정적으로도 안정적이고 하고 싶었던 것들을 다 하고 살았던게 맞다.”
제이레빗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아저씨’는 같은 곡에서는 스스로를 아저씨로 규정해 버리기 까지 한다.
“이제 나이가 서른 다섯에 애들도 있으니까 아저씨가 맞지 않나.(웃음) 랩을 하다 보니 나 같은 나이든 사람을 흠모하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자연스럽게 곡이 나왔다. 이게 아저씨가 됐단 증거 아니겠나. 하하”
그의 따뜻함은 지나(G.NA)와 함께 한 타이틀곡 ‘미안해서 미안해’를 비롯해 임창정과 함께한 ‘돌아갈 수 있다면’ 이나 ‘인생은 2절부터’ 같은 노래 뿐 아니라 가장 날선 메시지를 담고 있는 ‘어쩌라고’에서 까지 고스란히 묻어난다. 김진표는 세상을 향한 화살을 외부에 있는 적이 아닌 스스로에게 돌리고 있다. “소위 사회적 지도층, 정치가들에게 매번 희망을 갖는 내가 어리석었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 사실이고, 둥글해진 것도 분명 사실인 것 같다. 마음에 들지 않은 세상을 보면서 점점 자조적인 쪽으로 변하고 있는 것도 맞는 것 같고.”
그의 변화는 일면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일면 김진표 고유의 세상을 향해 쏟아내는 ‘거대한 분노’를 그리워하는 팬들도 분명 있을지 모른다.
“난 20대를 파란만장하게 겪었다. 고3이라는 이른 나이에 데뷔 했고, 충돌을 많이 겪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나만의 방식으로 이 사회를 사는 방법을 알아 가게 된 것 같다. 단도직입적으로 싸우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닌 것이라는 것도 깨닫게 된 것 같다.”
기실 표현 방식의 차이일 지 모른다. 음악을 대하는 그의 태도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단지 표현 방식이 달라졌을 뿐이다.
“한번 이혼의 상처를 겪고, 내 주변 사람들을 상처주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던 것인지 모른다. 사실 20대의 김진표와 30대의 김진표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내 것을 온전히 표현하면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법을 알아가는 단계는 된 것 같다.”
스스로가 변했다는 것에 대해 그는 담담하게 인정했다. 그리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도 분명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도, 나를 알던 사람들도 나이가 들고 있다. 진심이 왜곡되는 것이 싫고, 논란이 돼서 상처를 받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싫다. 소중한 사람들을 잃는 것도 싫다. 그럼에도 고마운 건 그렇게 변해가고 함께 나이를 먹고 있는 것을 반가워 해주는 사람들이 분명 있다는 것이다.”
물론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패닉과 노바소닉, 솔로를 거치며 보여줬던 새로운 시도들은 그의 솔로 새 앨범에도 번뜩번뜩 빛난다. 특히 송(Song)에 가까운 랩이 본격적으로 앨범 전체에서 시도되고 있다.
“래퍼들의 딜레마기도 하다. 결국 랩이라는 것이 그저 주저리는 것이고 그러다 보면 자기 목소리와 랩 스타일에 질리게 돼 있다. 나 역시 어느 순간부터 내가 하는 랩이 듣기가 싫어졌다. 그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다보니 만들어진 스타일이다.”
김진표는 스스로를 ‘뮤지션으로 부르는 것 조차 민망하다’고 하지만 결국 뮤지션이 갖춰야할 모든 조건들을 하나씩 증명하고 있다. 일관된 태도, 스스로의 한계에 대한 도전, 꾸준한 음악작업, 여기에 세상을 보는 따뜻한 시선을 더 얻었을 뿐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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