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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니콜의 와이어 액션으로 영화의 문을 열었다면, 후반부는 마카오 박(김윤석)의 엄청난 내공이 돋보이는 와이어 액션이 기다리고 있다. 마지막 30분 동안, 외줄 하나에 의지에 총싸움과 몸싸움까지 벌이는 마카오 박에 눈이 휘둥그레지고 숨이 멎을지 모른다는 긴장감을 느낄 것이라고 장담한다.
순제작비만 140억원이 든 영화 ‘도둑들’ 이야기다. 자기 분야에서 둘째라가면 서러워할 10인의 주인공들이 마카오 카지노에 감춰진 희대의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을 힘을 합쳐 훔치는 내용을 담은 작품.
미술품 털이에 성공한 예니콜과 깡다구 좋아 보이는 뽀빠이(이정재), 연기파 도둑 씹던껌(김해숙), 막내 도둑 잠파노(김수현)는 다이아몬드를 훔치자는 마카오 박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마카오로 넘어간다. 가석방된 금고털이 전문 팹시(김혜수)도 팀에 합류했다. 중국 측 도둑 첸(임달화), 줄리(이신제), 조니(증국상), 앤드류(오달수)가 힘을 실어 10인의 ‘드림팀’이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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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분야 최고 베테랑 도둑들은 치밀한 작전을 세우고 자신의 역할을 분배했다. 줄 하나에 매달려 허공을 가르는 예니콜, 육감적이면서도 우수에 찬 멜로 주인공 같은 팹시, 작전 설계만 잘할 것 같았던 마카오 박의 고난이도 와이어 액션 등등. 독특하고 매력적인 10인의 도둑들을 고루 돋보이게 만드는 감독의 연출 실력에 일단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타짜’(2006)와 ‘전우치’(2009) 등을 연출한 최 감독이 ‘도둑들’을 내놓는다고 했을 때, 많은 이가 “한국판 ‘오션스 일레븐’이 나온다”며 기대와 관심을 높였다. 물론, 아류작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최 감독은 ‘오션스 일레븐’을 의식하지 않았다며 자신의 스타일대로 촬영했음을 밝혔지만 관객의 입장에서는 비교할 수밖에 없다. 환상적인 캐스팅과 케이퍼무비의 전형적인 모습 즉, 무언가를 훔치기 위한 이들의 상황을 어떻게 그릴지가 최대 관심사였다.
기대가 높으면 실망도 큰 법이라는 말이 있듯이 영화계 안팎의 엄청난 관심이 100% 호평을 이끌어 내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최 감독은 자기만의 색깔을 배우들에게 제대로 덧씌워 보여줬다. 이전 작품들에서 인정을 받은 그의 연출 실력은 더욱 정교해지고, 힘을 실은 듯한 느낌이다. 특히 마지막 30분은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30분을 위해 초반과 중반에 힘을 비축시킨 듯 해 전체적으로 쫄깃함은 없지만, 많은 등장인물을 설명하고 상황을 흥미롭게 이끌어내기 위한 장치들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중간 중간 지루한 장면들이 있어도 감내하다보면 ‘펑’하고 터지는 희열을 느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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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은 가슴을 두 손으로 모으며 볼륨감을 강조하기도 하고, 음악에 맞춰 살짝 몸을 흔들며 유연성을 뽐내기도 한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한가인이 내뱉었던 그 욕을 찰지게 구사하기까지 한다. 코믹한 대사와 ‘색드립’까지 펼치는 전지현을 상상해 보라.
김윤석의 카리스마는 극 전체를 휘젓는다. 김윤석이 펼치는 와이어 액션은 ‘미션 임파서블’의 톰 크루즈를 능가할 정도다. 혼신의 힘을 다해 고생한 것 같은 와이어 액션이 막판 스퍼트를 가할 테니 기대해도 충분하다. 김혜수와 짜릿하면서도 안타까운 러브신은 덤이다.
본능에 충실한 이정재, 연기파 김해숙,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는 오달수, 여성들을 ‘훤앓이’ 시킨 김수현까지. 또 중국배우들은 80~90년대 홍콩영화 분위기를 내는데 일조했다. 각각의 캐릭터들만 따로 떼어 놓아도 충분히 영화가 되고 매력적인 작품이다.
홍콩과 마카오, 서울, 부산 등을 돌며 펼쳐지는 액션과 대결이 풍부한 볼거리를 준다. 마카오 박이 왜 다이아몬드에 집착하고 훔쳐내야 하는 지도 후반부 드러나니 관심 갖고 관람하시길. 15세 관람가. 135분. 2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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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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