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지씨를 처음 만난게 거의 10년 전이에요. 사실 오디션을 보면 보통은 ‘나 이만큼 해요’라는 느낌으로 반 쯤은 자랑하려고 나온 분들이 많잖아요. 이 친구에게는 그런게 없었어요. 거기에 프로근성이나 의리도 남달랐고요.”(임상일)
임상일, 이수지 두 사람은 2006년 모던록밴드 미스터미미라는 팀을 통해 활동을 함께 하기 시작해 현재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베이시스트 오범석은 군 입대 전 두 사람과 처음 만나 제대 직후 팀에 합류하게 됐다.
“무엇보다도 안정적인 실력이 가장 큰 매력이었어요. 무엇보다도 우리 음악을 좋아해준다는게 큰 요소였죠. 사실 함께 음악을 한다는 것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얼마나 서로의 음악을 좋아하냐는 사실인 것 같아요. 그 밖의 문제들은 어쩌면 지엽적이고 부수적인 것들 이죠.”(임상일)
임상일 이수지가 함께 오랫동안 음악을 해온 까닭에 새롭게 합류한 오범석에게는 팀에 융화되는 과정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는지 모른다.
“고민을 많이 했죠. 사실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으로 어떤 장르에서 연주를 할 것인가는 고민이 많을 수 밖에 없는 선택인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는 정서적으로 정말 끌리는 음악을 선택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 같고요.”(오범석)
서로가 좋아서, 서로의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뭉친 세 사람이지만 그 ‘좋다’는 것만으로 우리 대중음악 씬이 음악을 할 수 있는 상황을 허락하지 않는다. 실제로 상당수의 뮤지션들이 그렇듯 임상일과 이수지 역시 창작 작업 외에 부업을 병행 하고 있다. 이수지는 보컬 레슨을 꾸준히 하고 있고 임상일은 콜밴을 운전한다.
“음악하는 사람이 운전을 한다고 의외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뭐 일이니까요. 처음에는 저도 이상했죠.(웃음) 정말 다양한 분들이 이용하세요. 여러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도 듣고 그 이야기들 속에서 다양한 이야기들들과 만나게 되는 경험은 쉽게 할 수 없죠.”(임상일)
초콜릿박스라는 팀 이름도 같은 맥락이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 나오는 초콜릿 박스에서 따왔어요. ‘인생은 하나의 초코렛 박스와 같아서 우리는 어떤 것을 고르게 될지 모른다’는 거죠. 달콤한 맛도 있고 씁쓸한 맛도 있을 수 있죠. 이번 싱글에는 초콜릿박스의 음악적 색깔 중에서 가장 순수한 느낌을 담았어요. 앞으로 이런 방식으로 작업을 할 예정이에요.”(이수지)
초콜릿박스가 직접 자신들의 음악을 만드는 밴드다 보니 방송보다는 공연 위주로 활동을 하게 될 전망이다.
“아무래도 아이돌 음악은 아니니까 공연을 꾸준히 해야겠죠. 공연에서는 단순히 정확히 녹음된 음악이 아니라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니 저희로써는 당연한 선택인 것 같아요. 저희가 강한 음악도 잘하거든요.”(임상일)
초콜릿박스 말 처럼 인생은 예측불가능 하고 그 순간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아무도 알수 없다. 때문에 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여기에 있는 순간에 순수하게 그 맛을 음미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갖췄냐는 것이다. 초콜릿박스의 음악이 들리는 지금 이 순간 처럼 말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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