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중 예니콜은 가슴을 두 손으로 모으며 볼륨감을 강조하기도 하고, 음악에 맞춰 살짝 몸을 흔들며 유연성을 뽐내기도 한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한가인이 내뱉었던 그 욕과 더한 욕도 찰지게 구사하기까지 한다.
그렇지만 전지현만 보이는 건 아니다. 톱스타 10인이 참여한 영화가 아니던가. 나머지 9명도 각자 캐릭터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김혜수의 육감적인 몸매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몸매보다 눈길을 끄는 건 그가 맡은 캐릭터. 금고털이범 팹시는 못 여는 것이 없다. 지적이고 우수에 찬 여주인공 같은 느낌이 멜로의 여주인공 같은 느낌도 든다. 때문에 김윤석과의 멜로 신이 이렇게 잘 맞아 떨어질 수 없다. 또 김혜수는 전지현과 함께 수리공 옷도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있다는 것도 보여준다. 기름이 튄 옷과 아무렇게 눌러쓴 모자의 여인들이 이렇게 예쁠 수가 있을까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김해숙과 오달수도 빼놓을 수 없다. 김해숙은 연기로 상대를 현혹시키는 도둑 씹던껌을 맡았다. 비록 왕년에 잘 나갔던 시절보다 연기력이 죽었다는 씹던껌이지만 술 한 잔 들어가면 다들 깜빡 속아 넘어간다. 극 초반 전지현과 협공으로 돈 많은 미술관장(신하균)을 멋지게 속이는 모습에서부터 시선을 낚아챈다. 또 중국배우 임달화와 부부 호흡을 맞춘 그는 최근 제작보고회에서 그를 향해 정말 멋진 배우라고 표현했는데 그 행복감이 제대로 전해진다고 해야할까. 10년 동안 남자와 관계가 없던 씹던 껌의 결말은 행복한 것이 아니었을까 한다.
소심한 총잡이 앤드류를 맡은 오달수는 깝죽거리는 대사와 행동이 웃음을 유발한다. 한국배우지만 유일한 중국 도둑 팀으로 나오는 그는 나올 때마다 관객을 웃기게 만드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제작사가 12일 VIP 시사회부터 김수현의 분량을 늘리겠다고 하니 김수현의 팬들은 흡족할 만하다. 물론, 최동훈 감독의 연출 실력이라면 뜬금없이 김수현의 분량을 늘리진 않을 테니 영화팬들에게도 더
이외에도 1980년대 홍콩영화계를 전성기로 이끈 임달화와 영화 ‘디아이’의 주인공 이신제, 배우 증지위의 아들 증국상이 힘을 실어 볼거리를 더했다. 영화는 25일 개봉 예정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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