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 두 명 이유를 알 수 없는 시체들이 한강이나 지방 하천 등지에서 둥실 떠오른다. 시간이 지나 사망한 이들은 수 만 명에 달한다. 전날까지 멀쩡하던 사람들이 피골이 상접한 모습으로 사망한 채 발견되는데 정부는 그 원인을 찾을 길이 없다.
제약회사 영업사원 재혁(김명민)은 최근 자신을 빼고 물놀이를 갔다 온 가족이 변종 연가시에 감염된 이들과 비슷한 증세를 보이자 불안해한다. 감염된 이들은 죽기 전, 식욕이 왕성해지고 갈증을 호소하며 물에 뛰어들어 사망했다.
정부는 다행히 조아제약에서 출시한 구충제 윈다졸이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조아제약에서 일하는 재혁도 백방으로 약을 구하러 다닌다. 하지만 윈다졸은 이미 생산이 중단된 제품. 남은 약들을 찾아다닌 재혁은 변종 연가시가 생긴 이유와 함께 돈을 벌기 위해 조아제약 연구원들이 약을 빼돌린 사실을 알아챈다. 분노에 가득 찬 그는 과연 가족을 구할 수 있을까.
감염 재난영화 ‘연가시’는 대한민국을 공포에 떨게 만들기에 충분한 소재다. 연가시의 변종이 인간의 뇌를 조종, 사망에 이르게 한다는 이야기는 섬뜩할 정도로 충격적이다. 허무맹랑할 수 있는 소재지만 “가능할 수도 있다”는 전문가의 말 때문에 등골이 서늘해진다.
하지만 그 힘과 관심을 오래 끌고 가지 못한다. 109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임에도 지루하게 느껴진다. 빠른 비트를 이용해 스피디하게 전개하려 했지만 물에 빠져 죽는 이들은 어느새 좀비 아류로 다가오고, 지겹게 다가온다. 연가시에 뇌를 조종당하고 있는 경순(문정희)이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정신을 차리는 상황 설정도 이해되지 않는 지점이다.
또 긴장감을 이어가던 영화는 가족애를 보여주려고 한 것까진 좋은데 주인공에게 연민의 감정까지 극대화시켜 관객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지점에 도달한다. 천신만고 끝에 구한 약을 울고 있는 아이 엄마에게 나눠주려고 하는 상황이 그렇다. 재혁이 몰래 빼낸 약을 본 군중은 분노하고 결국 치료약은 성난 이들에 의해 산산조각 나버린다. 동정심을 통해 주인공을 미화시키고, 가족애를 극대화 하려는 장치겠지만 긴장감은 오히려 반감됐다.
배우들은 호연했다. ‘연기본좌’ 김명민은 이번에도 고생한 티가 역력하고, 문정희는 눈빛 하나로 관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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