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정시 퇴근. 귀찮고 짜증나는 민원이 가끔 들어오긴 하지만 너무나 안정적인 직업이(라고 한대희는 생각한)다. 연봉도 혼자 살기에 적당하다.
그런데, 위기가 찾아왔다. 홍대 언더 밴드 삼삼은구(3*3=9)가 그에게 달라붙었다. 층간소음으로 쫓겨난 이들은 자신들을 책임지라며 대희를 괴롭힌다. 6급 승진이 코앞인 상황에서 문제를 일으켜 승진에서 누락되고 싶지 않은 대희는 자기 집 지하실을 내준다. 문제는 그 때부터다. 수면을 방해받은 탓에 평화롭기 만한 일상은 하루하루 고달프게 변하고 말았다.
하지만 위기는 또 다른 말로 기회라고도 하지 않는가. 밴드의 도움으로 대희는 일탈을 꿈꾼다. 자신도 모르게 내재돼 있던 욕망을 깨닫고 분출할 수 있게 됐다. 삼삼은구는 팀 해체 위기에서 대희를 베이스 기타 연주자로 영입하고, 대희는 손에 물집이 잡히도록 연습을 거듭했다. 이들은 과연 어떤 하모니를 보여줄까.
영화 ‘나는 공무원이다’는 코믹한 설정을 기본 축으로 음악을 덧붙였다. 일단 윤제문이 초반부터 ‘깨알웃음’을 선사하니 기대해도 좋다.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와 ‘더킹 투하츠’에서 악역을 실감나게 소화한 그는 ‘생활밀착형’ 코미디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베이시스트 대희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바뀐다. 폭설이 내려 전 공무원이 제설작업에 동참해야 하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더 빨리 콘테스트에 가려고 열심히 삽질을 해댄다. 대충 일을 끝내고 콘테스트에 참여, 베이스 실력을 선보이려는데 하필이면 그 대회 후원이 마포구청이다. 위기를 모면하는가 싶었던 그는 구청장에 걸려 징계를 당한다. 그래도 우울하지만은 않다. 음악이 생겼으니까!
영화는 이 노총각 공무원 한대희를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즐거운 일은 어떤 것이고, 열정을 갖고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를 되짚어 보게 한다. 음악을 연계 시키는 게 뜬금없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이들이 부르는 노랫말은 비단 공무원만이 아닌,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다. 또 한 가지! 마지막 옥상 신에서 대희가 기타 없이 연주 퍼포먼스를 벌이는 장면은 뭉클하게 다가온다. 그가 다시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정시 퇴근에 TV 시청만 하는 무료한 인물로 돌아갈 일은 없을 것 같다.
윤제문의 엄청난 변신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조금은 아쉬울 수도 있다. 또 홍대 음악에 대해 잘 모른다면 지루할 수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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