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아부를 잘 한다’는 표현을 그리 많이 쓰진 않았던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그리고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일 거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고 나서는 좀 달라진다. 상사에게 잘 보이려고 하고, 눈에 띄어 좀 더 좋은 평가를 받으려고 한다. 사회 초년병 땐 안 그러다가 시간이 점차 흐르면 어느새 안 좋게 보던 선배의 모습이 자신과 겹쳐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교감 선생인 아버지의 가르침 덕분에 꼿꼿하게 산 동식은 남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결국 동식은 영업부서로 좌천(동식은 영업직을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다)돼 회사를 떠나려 한다. 아버지가 교장으로 승진한 기쁨도 잠시 뿐이다. 하지만 아버지의 교장 자리 청탁을 위해 어머니가 사채를 쓴 사실을 알고 이를 갚으려 영업을 시작한다.
남 비위 맞춘 적이 없었던 동식. ‘보험왕’인 부장의 비법을 따라해 보지만 쉽지 않다. 우연히 아부계의 전설 ‘혀고수’(성동일)의 존재를 알고 그를 찾아가 제자가 된다. 아부계의 새싹으로 자리를 잡아나가며 ‘보험왕’도 된 동식은 빚을 갚기 위해 큰 계약을 따내려 한다. 하지만 세상만사 호락호락한 일은 없다. 예전 연인(한채아)이 관계돼 있는 일이고, 또 웬만한 아부로는 턱도 없다. 과연 동식은 어떻게 위기를 헤쳐 나갈까.
아부를 부정적으로 생각해서 그렇지 우리는 모두 일종의 아부를 하고 살아왔다. 부모님, 선생님, 친구, 연인 등의 기분을 맞추려고 노력한 적이 있지 않았는가. 흔히 애교와 배려라는 이름으로 달리 쓰이는 행동과 말이 그렇다. 주인공 송새벽은 인터뷰에서 “아부는 자신을 낮추며 상대를 높이는 것”이라며 “좋은 아부, 수위를 맞춘 아부는 나쁘지 않다. 우리 영화가 생각의 전환이 되는 영화가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사채업자 역에 고창석과 동식이 계약을 따내야 하는 이회장 역에 이병준, 또 다른 아부계의 고수 김성령이 조화롭게 영화에 힘을 싣는다. 카메오로 출연한 차승원과 장항준 감독의 모습도 웃음을 준다.
코미디 영화긴 하지만 웃음만 주진 않는다. 조금 더 깊게 생각하면 메시지를 찾을 수 있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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