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를 꺼려하느냐고요? 뭐, 특별히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았어요. 거부감도 심하지 않았고요. 어렸을 때부터 많이 접한 소재거든요. 음…. (왕가위 감독의) 영화 ‘해피투게더’를 중학교 3학년 때인가 봤어요. 청소년관람불가등급인데 말이죠.(웃음) 동성 간 뭐를 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랑이 중요한 거더라고요.”
“살인자 역할을 정말 맛깔나게 표현한 분들한테 ‘살인해 보셨나요?’라고 묻지는 않잖아요. 우리 영화에서의 역할도 그것과 비슷해요. 그 상황에서 ‘나라면 이럴 것 같다’를 생각해 연기한 거죠.”
류현경은 퀴어 영화에 출연한 게 도전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도전이라고 한다면 이상했을 거란다. 주변 친구들 역시 “별다른 거리낌 없이 받아 들였다”고 웃었다. 다만, 남자들은 여자들보다 조금 더 동성애자를 향한 선입견이 있는 것 같다고 짚었다.
영화는 동성애자라고 커밍아웃을 하지 못한 의사 민수(김동윤)와 의사 효진(류현경)이 결혼이라는 비상 돌파구를 마련하며 나름대로 ‘행복한’ 일상을 꾸려 나가는 내용을 전한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김조광수 감독은 동성애자를 향한 사회의 시선과 동성애자가 느끼는 어려움 등을 자신의 경험을 녹여 고백한다.
탁월한 재능을 가진 이야기꾼 김조광수 감독의 시나리오에 매료됐다. “레즈비언 커플의 분량이 상당 부분 삭제되고 편집이 됐지만 감독의 의도대로 좋은 작품이 나온 것 같다”며 웃었다. 기분이 나쁘면 인터뷰나 무대인사도 안 했을 텐데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홍보 활동에 적극적이다.
류현경은 “영화를 통해 여자가 여자를 사랑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회상했다. “선천적인 것도 있지만, 후천적인 영향도 있대요. 남자들이 이해 못하는 여성들의 마음을, 같은 여자로서 디테일한 감정을 들어주는 거죠. ‘아, 이런 다정한 부분을 보면 여자가 여자를 사랑할 수도 있겠구나’ 했죠. 물론, 제가 여자를 사랑한 적이 있다고 한 건 아니에요.”(웃음) 정체성의 혼란도 전혀 없었다고 또 배시시 웃었다.
“본인의 이야기라 그런지 명확하더라고요. 김조광수 감독님을 보면서 ‘자기 이야기를 하면 명확하고, 명료해질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배우로 집중하고 싶지만 나중에 나이가 들어 연출을 할 때 이번 경험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단편 영화로 내 얘기를 하고 싶을 때도 있을 것 같긴 해요.”(웃음)
류현경은 “어떤 역할을 하든지 실생활에서 쓰는, 실질적인 대사를 한다”며 “내가 나서서 ‘이렇게 하고 싶다’고 말하진 않지만 연기로 보여드려 캐릭터가 바뀐 적이 많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주시는 것 같다”고 좋아했다.
가령, 영화 ‘쩨쩨한 로맨스’에서 맡은 경선 역시 굉장히 진지하고 멋있는 캐릭터인데 자신이 공감할 수 있도록 변화시켰다. “제가 맡은 인물이 웃기기만 하진 않거든요. 코믹적인 요소가 있을 뿐이죠. 공감할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들다 보면 웃을 수 있는 장면이 생기기도 해요. 물론 제가 평소에 좀 웃기기도 하고요.”(웃음)
하지만 류현경은 “아직 극적인 말투나 행동 연기는 부족하다”고 고백했다. “실생활로 녹여서 연기하는 것도 좋지만 극적인 상황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연기를 잘 한다고 볼 수 없다”며 “언젠가는 모든 걸 다 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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