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동윤(32)은 2개월 남짓 완벽한 동성애자가 됐다. 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이하 두결한장·감독 김조광수)에서 김동윤을 벗고 철저히 전혀 다른 인물 ‘민수’가 됐다. ‘혹시?’라는 의심을 그에게 던져도 당분간은 괜찮다. 동성애자 연기를 너무 잘 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김조광수 감독님도 잘 몰랐어요. 제가 관심 있는 분야를 연출한 것도 아니셨거든요. 이번에 제대로 알게 됐죠.”(웃음)
21일 개봉하는 ‘두결한장’은 결혼 적령기 게이 커플(김동윤, 송용진)과 레즈비언 커플(류현경, 정애연)이 현실의 타협안으로 위장결혼을 감행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 주위에 동성애자라고 커밍아웃을 하지 못한 의사 민수(김동윤)와 의사 효진(류현경)은 결혼이라는 비상 돌파구를 마련하며 나름대로 ‘행복한’ 일상을 꾸려 나간다.
“짧은 시간 민수로 살면서 간접적으로 많이 느꼈죠. 처음에는 동성애자들에게 일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불쾌한 기분 정도만 가지고 있었는데 ‘이런 사람들도 있구나’ 알게 됐어요. 감독님에게 영향을 받은 것도 물론 있죠. 우리나라에 성소수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지만, 영화를 하면서 동성애자를 향한 편견이 많이 사라졌고, 시선도 달라졌어요.”
그는 “왜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고, 여자가 여자를 좋아하는 지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며 “과거의 트라우마로 인해 동성이 이성보다 좋아지기도 할 수도 있는 등 서로를 잘 알게 돼 편해지는 관계가 되기도 하는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감독님을 만나기 전에 홍석천씨를 만난 적이 있거든요? 동성애자들은 처음 만났을 때 오히려 더 조심하세요. 악수를 해도 상대가 불쾌함을 느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더 조심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처음 보고 호감이 있어도 표현 안 하려고 한대요. 그런 심리 상태를 알아서인지 감독님을 처음 만났을 때 별다른 생각을 하진 않았어요. 또 이미 (19세 연하) 남자친구가 있다고 했거든요.”(웃음)
‘두결한장’은 실제 김조광주 감독의 주변 인물의 이야기가 반영됐다. 주위의 시선 때문에 실제로 위장 결혼한 커플의 이야기. 출연진 또한 주변인물의 캐릭터가 녹았다. 김동윤이 연기한 민수 캐릭터도 실제 인물이다. 김동윤은 이들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감독에게도 ‘레슨’을 받았다. 나름대로 게이 커뮤니티에 들어서 공부를 하기도 했다. “뜻도 모르는 용어로 대사를 할 순 없었으니까”라며 당연한 듯 웃는다.
극중 민수가 감정을 폭발시키며 커밍아웃을 선언하는 신은 인상 깊다. 김동윤은 “지금 한다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만족하지 못하고, 아쉽다”고 했다. “수백 번 읽어봤고, 충분히 알겠다고 해서 자신 있게 촬영했는데 아무래도 한계였었나 봐요. 감독님이 커밍아웃 하신 분이잖아요? 그 느낌과 감정을 몸으로 흡수해서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까워요. 수치로 따지면 57.2% 정도 만족할 뿐이에요.”
“전 좋은 영화를 찍은 것에 만족해요. 어떤 위치에 올라가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정말 오래 연기를 하고 싶거든요. 제가 거동이 불편해지기 전까지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이제 데뷔 12년차인데 어렸을 때는 정상만 보고 달렸지만 이제는 아니에요. 김조광수 감독님과 배우들을 만난 걸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저예산이지만 적자만 보지 않았으면 해요. 그래야 ‘두결한장’ 팀이 회식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다음 작품에도 출연 요청이 있으면 흔쾌히 ‘콜’이다. 단, 베드 신만 없으면 좋겠다고 했다. ‘두결한장’에서 상대 배우 송용진과 격렬한 키스 신을 경험한 터라 키스신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극중 혀까지 이용한 키스신의 느낌에 대해 물으니 “수염이 까칠한 것 빼고는 여자와 키스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며 “마인드컨트롤로 촬영을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고 웃었다.
김동윤의 형도 배우다. 형인 김혁은 ‘두결한장’에 카메오 출연했다. 김동윤의 연인으로 나오는 송용진의 첫 번째 애인으로 잠깐 등장했다. “감독님이 그러는데 우리 형이 게이들이 좋아하는 얼굴이라고 하시더라고요. 형한테 시나리오를 보여줬는데 재미있겠다고 흔쾌히 허락해서 출연하게 됐죠. 솔직히 저 형한테 칭찬을 받은 적이 없었는데 이번엔 ‘네가 이 정도로 해낼 줄 몰랐다’고 칭찬해줬어요. 자기 동생 같지 않다고요(웃음). 솔직히 나태해질까봐 말 안 한다는데 이번엔 말해줘서 좋았죠.”
김동윤은 촬영이 모두 끝나고 드라마 현장에 복귀했을 때 민수 캐릭터가 남아 있어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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