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가수’ 유명세, 솔직히 불편했다”
“갑자기 유명해 지니깐 불편했어요. 길거리에 못나갈 정도가 되니깐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박정현을 설명할 때 관용어처럼 돼 버린 ‘작은 체구에서 뿜어내는 놀라운 에너지와 폭발적인 감성’은 실제로 전 국민을 흥분시켰다. 하지만 15년을 늘 한결같이 노래했던 박정현에게 그 같은 반응은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사실 국민요정, 디바(Diva), 같은 수식어가 너무 부끄러웠던 거죠. 그걸 부끄러운 것이라고만 생각하지 않게 된 다음에서야 조금씩 편안해 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아티스트로서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는 점을 깨닫고 마침내 편해지게 됐죠.”
기실 박정현 자신에게 변화는 크지 않았는지 모른다. 박정현은 ‘나가수’ 이전부터 자신의 단독 공연에서 보사노바를 부르기도 하고 거친 록을 부르기도 해왔다. 단지 들려주는 대상이 달랐을 뿐이었다.
“더 많은 분들에게 보여줄 수 있었고, 노래하고 싶었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순수하게 음악에 감동받는 모습을 너무 오랜만에 본 행운의 프로그램이었어요. 지금은 그것만 깊게 남아있죠.”
○ “불편해야 예상 못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나가수’ 이후 처음으로 새로운 음악으로 가지고 나오는 건데 어떤 음악을 들려줘야 할지 고민이 많았죠. 1집부터 좋아해주는 팬도 있고 ‘나가수’ 이후 새롭게 저를 좋아해주는 팬들도 분명 많죠. 새 앨범을 작업하면서 그 두 시선과 기대의 차이를 고민할 수 밖에 없었어요.”
박정현을 단순히 화려한 테크닉과 고음을 구사하는 가수로만 기억하는 것은 분명 부당하다. 하지만 R&B라는 장르적인 특징에 한정짓는 것 역시 온전하지 못하다. 박정현은 이번 앨범에서 제3의 길을 택했다.
“제가 결국에는 여러 옷을 입고 있는 셈이잖아요, 일단 내가 중간에 단단하게 잘 서있으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 자신에 가장 가까운 음악을 들려줘야 한다는 거였죠. 그러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영감이 필요했어요. 지금까지 노하우를 다 버려야 했어요.”
박정현의 새 앨범에는 공일오비 정석원이나 황성제 같은 오랫동안 그녀와 함께 작업했던 뮤지션들 뿐 아니라 일렉트로닉 록밴드 몽구스의 몬구, 못(MOT)의 이이언 등 홍대 밴드신의 젊은 뮤지션들이 참여했다.
“‘나가수’에서 배운 것이 한가지 있다면 불편해야 예상 못한 결과물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짜릿한 충격을 줘야 다시 생명력이 확 하고 살아나는 거죠.”
○ 박정현의 사랑과 결혼에 대한 시차
뮤지션 박정현이 아닌 인간 박정현, 혹은 여자 박정현에 대한 스스로의 시선차 역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선명해졌다.
“지난해 말 잠깐 남자친구가 있었어요. 길게 가지 못했던 것 같아요. 제가 문제인 걸까요.”
실제로 긴 연애를 못해 본 것이 너무 오래됐다는 박정현은 자신의 ‘문제’에 대해 사실 분명히 인지하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저에게 보통은 연애가 지속되지 못하는 건 세 가지 이유에요. 상대방이 제 나이에 결혼 부담을 가지고 만남을 망설이는 경우, 두 번째로 내가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부담을 느끼는 경우, 마지막으로 내가 너무 바빠서 자주 못 만나는 이유죠.”
사실 그녀에게 결혼에 대한 부담이 없다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그 부담이 어디서부터 나왔는지에 대해서는 이제 분명히 말할 수 있다고 한다.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하시고 속상해 하시니까요. 사실 그런 것 보면 저도 당장에 결혼하고 싶다고 말을 많이 해요. 저 역시 누군가를 만났을 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만났을 지도 모르고요. 결국 누군가를 만나면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그 자체로 진실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어요.”
결혼할 사람과 사랑하는 것인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인지에 대한 혼란스러운 시차는 이제 어느정도 정리된 것처럼 보였다. 이제 그녀가 진짜 사랑을 할 때가 된 것 같기도 하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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