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김재철 사장은 지난 11일 오전 임원진 회의에서 “‘무한도전’이 정상화 될 때까지 무한히 기다릴 수 없다. ‘무한도전’의 외주화에 대한 검토 가능하다”고 발언, 파문을 일으켰다.
김태호 PD가 ‘무한도전’에 복귀하지 않을 시 외주제작사에 제작을 맡길 가능성이 제기된 이후 여론이 뜨겁게 달아오른 가운데, 일각에선 이마저 여의치 않을 경우 아예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방안까지 거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사측은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지만 노조 측 입장은 다르다. 노조 한 관계자는 “프로그램 외주화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사측은) MBC 직원들을 아예 바꿔버리겠다는듯 강경한 입장이다. 대량 중징계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한도전’ 폐지 논의는 외주화와 또 다른 문제며, 여타 예능 프로그램의 존폐와도 차원이 다른 문제다. 무엇보다 ‘무한도전’을 파업으로 인한 결방, 또 이로 인한 광고 수익 악화를 이유로 폐지하기엔 시청자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사측이 ‘무한도전’ 폐지 가능성까지 거론하게 된 배경은 단순한 괘씸죄 혹은 노조에 대한 앙심으로만 볼 수는 없다. 일차적으로 계속된 결방에 따른 광고 수익 구조 악화라는 이유가 클 것이다.
실제로 지난 3월 한국방송광고공사에 따르면 파업 전 편당 3억8300여 만 원의 수익을 올리던 ‘무한도전’의 매출은 결방된 8주 동안 10억7000여 만 원에 그쳐 두 달간 약 20억 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에도 ‘무한도전’ 결방이 10주나 이어지며 스페셜 방송분으로 대체된 만큼 사측으로서는 더이상의 매출 악화를 막기 위해 ‘무한도전’을 어떤 방식으로든 살려내든 혹은 대체 프로그램을 찾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파업 전 ‘무한도전’이 일궈냈던 광고 수익은 짧은 시간에 이뤄낸 것이 아니다. 2005년 ‘무모한 도전’을 시작으로 현재의 ‘무한도전’에 이르기까지, 차별화된 예능 프로그램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수 년에 걸쳐 이뤄졌듯 하루아침에 MBC의 효자가 된 것은 아니다.
‘무한도전’이 폐지될 경우 당장 사라지는 광고 수익만 해도 만만치 않다. 당장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채울 수 없으니 새로운 프로그램을 외주에서 받아들인다 해도 시청률이 얼마나 나올 지, 또 광고가 얼마나 붙을 지 알 수 없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광고보다 더 큰 딜레마는 ‘무한도전’을 아끼는 시청자다. 19주 결방이라는 초유의 상황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무한도전’ 팬들은 여느 팬덤 못지 않은 충성심을 보이고 있다.
현 시청률 추이만으로 보면 반 년 가까이 진행된 재방송을 보기 위해 TV 앞에 앉아 기다리는 시청자가 많지 않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으나 지금의 시청률이 ‘무한도전’의 전부는 아니다.
심지어 경쟁 프로그램으로 유입된 시청자도 많지 않다. 상당수 시청자들이 ‘무한도전’이 정상 방송 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특히 ‘무한도전’은 시청자와 소통하며 자라온 보기 드문 예능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그러한 ‘무한도전’의 가치는 하루아침에 베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단순치 않다. 때문에 ‘무한도전’ 폐지에 대한 반발심이 여느 프로그램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셀 것은 자명하다.
이뿐 아니라 13일 MBC 노조 특보에 따르면 사측은 지난 1차 대기발령 명단에 김태호 PD를 넣었다가 여론 악화를 우려한 예능본부의 반대로 막판에 이름을 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급 불거진 ‘무한도전’ 논란과 관련해 노조 측은 “국민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을 흔들어 어떻게든 파업에 상처를 내겠다는 저열하고 치졸한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사측의 ‘무한도전’ 흔들기를 강력 비판했다.
한편 당사자인 김태호 PD는 트위터에 한 줄의 글을 남겨둔 채 묵묵부답이다. ‘무한도전’ 외주화 검토 가능성 소식이 알려진 뒤 자신의 트위터에 “Jai Guru Deva Om! Nothing's Gonna Change My Wolrd”(선지자시여 깨달음을 주소서. 내 세상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도록)이라는 의미심장한 글을 남겨 복잡한 심경을 대변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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