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리에 종영한 MBC 드라마 ‘더킹 투하츠’의 국왕, 이재하. ‘황제’라는 별명을 지닌 이승기를 ‘더킹 투하츠’ 속 이재하라는 인물로 만난 건 어쩌면 우연이 아니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 남자, 여자에게 해도해도 너무했다.
극중 WOC 남북 단일팀 결성으로 본의 아니게 북한 여성 김항아(하지원 분)와 한 팀이 된 남한 왕자 이재하(이승기 분)는 때 묻지 않은 항아를 제대로 된 ‘돌직구’로 참 많이도 울렸다. 호감도 높던 기존 이승기의 이미지로선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깐족거림에 시청자들은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이는 그 자신도 마찬가지였다고. 최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난 이승기는 극중 자신의 캐릭터인 이재하에 대해서는 “인간적으로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인간 이승기로서는 이해 안 되는 장면도 있었어요. 솔직히 초반엔 여자한테 너무 심했죠.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초반 재하는 항아를 사랑한다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재하의 센 성격이 초반에 부각된 점이 많은 공감을 얻기 쉽진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중, 후반부로 갈수록 이재하는 국왕으로서 그리고 인간으로, 한 남자로서 카리스마와 저돌성, 순정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사랑받는 캐릭터로 거듭났다. 이승기는 “초반엔 재하에게 짜증나신 분들도 있으셨겠지만 이후엔 앞선 모습이 잊혀질 정도로 좋은 모습이 많이 나왔다”며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아마도 시청자들이 원하는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아서인 것 같아요. 제작진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시청자가 보고 싶은 이야기가 적정한 지점에서 만나야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인정받을 수 있는데, 그동안 통일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룬 드라마가 없다보니 시청자들이 편하게만 공감할 수 있는 주제의식이 아닐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이승기에게 ‘더킹 투하츠’는 시청률로 환산할 수 없는 소원 성취(!)의 장이기도 했다. “‘더킹’ 들어가기 전, 소원이 두 개 있었는데 하나는 이재규 감독님과 일 해보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하지원 씨와 연기하는 거였어요. 그 두 가지를 이번 드라마를 통해 다 이뤘죠.”
남녀노소 많은 연기자들이 함께 하고픈 배우로 꼽는 하지원. 이승기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원과 호흡을 맞춘 3개월은 그의 이상형을 하지원으로 바꿔놓기도 했다.
“하지원 선배는 이번에 처음 만났어요. 워낙 대단한 배우잖아요. 손꼽히는 여배우인데 심지어 착하기까지 해요. 너무 순수하다 해야할까.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너무 착했죠. 예쁘고 본인 일 잘 하는데 착하기까지 하니 이상형이 됐죠.(웃음)”
어린 나이에 갖게 된 톱스타 지위. 그런 가운데서도 겸손은 이승기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자칫 자만할 법도 한데 이승기는 늘 한결 같이 ‘바른생활 사나이’였다.
“겸손한 것만큼 중요한 건 없다고 생각해요. 자기보다 더 나은 사람을 못 볼 때 자만하게 되죠. 하지만 제 주위엔 늘 저보다 좋은 사람, 훌륭한 선배들이 많이 계셨기 때문에 자만할 틈이 없었죠.”
하지만 이승기도 어느새 데뷔 10년을 바라보는 입장. 후배도, 동생도 많아진만큼 무조건적인 겸손 모드는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다. “너무 겸손하기만 한 것은 오히려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충분히 내 생각을 제시하거나 카리스마를 발휘해야 할 때는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한 카리스마를 말하는 이승기의 눈이 반짝였다. 맞다. ‘척’ 하지 않는 그는, 아직 20대 중반의 청년이지만 이미 프로가 된 지 오래였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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