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가 사랑하는 방식과 형식은 이성애자와 다를 수밖에 없다. 흠이 되지 않는다면 이성애자의 사랑과는 다른 것을 보여주고, 방식과 형식은 다르지만 보편적인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두결한장’은 결혼 적령기 게이 커플(김동윤, 송용진)과 레즈비언 커플(류현경, 정애연)이 현실의 타협안으로 위장결혼을 감행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 주위에 동성애자라고 커밍아웃을 하지 못한 의사 민수(김동윤)와 의사 효진(류현경)은 결혼이라는 비상 돌파구를 마련했다.
민수는 부모님의 괴롭힘을 받지 않고 집도 마련해 좋고, 효진은 실제 결혼한 부부에게는 조건이 까다롭지 않은 입양을 할 수 있어서 좋다. 하지만 호락호락하지 않다. 보는 눈은 많고, 사회 시선은 따갑다. 민수는 말이 통하는 게이 모임의 친구들이 좋고 행복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영화는 김조광수 감독의 삶이 투영됐다. 오래 전 커밍아웃을 선언한 그는 “영화와 내 삶이 비슷하다. 밝고, 명랑하게, 행복하게 살지만 때때로 사회 현실과 직면하게 된다”며 “한국에서 동성애자로 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웃고 떠들다가도 어떤 사람을 만날 때 우울할 수밖에 없는 게 한국 동성애자의 현실”이라고 짚었다.
극중 동성애자를 혐오하는 택시기사와 주변 동료들의 따가운 시선으로 동성애자와 ‘정상인과는 다름’이 구분되어 진다. “더럽다”는 이유로 폭행당하고, 멸시받는 건 기본이다. 영화는 피해자로서 동성애자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주인공 민수의 커밍아웃 시점이 주가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생소한 용어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기도 하지만 진실함과 진솔함이 담겨있다.
김동윤은 “동성애자에 거리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보고 리딩 연습을 하며 실존하는 캐릭터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니 ‘이들도 다르지 않구나’를 느꼈다”며 “이렇게 태어난 게 죄도 아니고 비난 받아야 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송용진은 “20대 마지막까지 사실 (동성애자를 무조건적으로 혐오하는) 호모포비아였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뮤지컬 ‘헤드윅’을 하며 트렌스젠더, ‘록키호러픽처쇼’에서 양성애자, 이번에 게이 역할까지 하니 성소수자 연기의 정점을 찍었다”며 “주변에서 성소수자가 많은데 친구로, 잘 지내고 있다”고 웃었다. 정애연도 “동성들의 사랑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다”라며 “질책하거나 타박하기도 하는데 다름을 인정하는 게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을 전했다.
영화는 무겁지 않다. 밝고 경쾌하며 코믹한 면이 많다. 하지만 가볍지만은 않다. 김조광수 감독이 강조하고자 하는 바가 담겼다.
그는 “이성애자는 평상시에 사랑하는 짝을 찾을 수 있지만 동성애자는 상대가 동성애자인지 아닌지 모르는 등 평소에 짝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짝을 찾으려면 게이 바나 클럽, 관련 커뮤니티 모임을 가야한다”고 했다. 이어 “그런 곳을 가는 것은 짝을 찾고 싶다는 욕망이 들끓는다는 의미”라며 “처음에 외모로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면 불꽃이 튄다. 남자들이 여자보다 성적 욕구가 많은데 만나자마자 사랑에 빠진다”는 설명도 했다.
결말이 판타지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내가 공개적인 곳에서 축복받는 결혼을 했다면 엔딩이 현실적인 결론을 실제로 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이어 “판타지적으로 보인 게 약간은 아쉽다. 하지만 현실에서 동성커플이 결혼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영화가 판타지라고만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영화는 21일 개봉 예정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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