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불화로 불우한 성장기를 보냈던 학범씨는 세상을 탓하며 20대를 건달로 살았다. 30대에는 툭하면 홧김에 직장을 그만두는 무책임한 가장이었다. 직장에 들어가도 욱하는 성격 탓에 몇 달 버티지 못하고 잘리거나 제 발로 나와 버리기 일쑤였다.
겨우 마음을 잡고 자동차 부품업체에 들어가 일을 했지만 행복도 잠시 위암 4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위는 물론 주변 장기들까지 잘라내는 큰 수술을 받아야 했고 고통스러운 항암치료도 견뎌내야 했다. 부작용으로 체중은 30kg이 넘게 빠져버렸다. 지금은 설상가상 부작용으로 인해 항암치료마저 중단했다.
학범씨가 아프면서 아내 순영씨의 하루도 숨 돌릴 틈 없이 바빠졌다. 아이들을 돌보랴 아빠의 병 수발하랴, 낮에는 부업으로 밤에는 청소 일까지 하느라 하루가 모자라다. 이렇게 순영씨가 밤낮으로 부지런히 일을 하지만 빚을 갚고 나면 언제나 생활비는 빠듯하다. 남편이 툭하면 직장을 그만 두는 바람에 가뜩이나 빠듯한 형편이었는데, 설상가상 위암수술을 받게 되면서 큰 빚을 지게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학범씨 혼자 집에 있다가 쓰러진 적이 한 두 번이 아니기에 일 할 때 조차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더욱이 지금 살고 있는 지은 지 40년이 다 되어가는 서민아파트도 언제 비워줘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월세와 납부하지 못한 관리비까지 순영씨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 답답한 현실에 하루하루 순영씨의 한숨은 늘어만 간다.
그래도 학범씨 부부는 웃을 수 있다. 보석보다 더 소중한 두 딸, 채원, 채린이가 있기 때문이다. 음식을 먹기만 하면 게워내는 탓에 하루하루 링거로 연명하며 통증으로 고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엄마 아빠에게 수준급 안마를 해주는 큰딸 채원이. 애교 만점인 막내 채린이를 보면 힘낼 수 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꿋꿋이 살아가는 이들의 가족애가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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