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리언’의 프리퀄에 해당할 수도 있는 영화 ‘프로메테우스’다. 스콧 감독은 “또 다른 오리지널 스토리”임을 강조하지만, 새로운 작품인 동시에 ‘에일리언’의 전작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에일리언’의 ‘DNA’를 이어받았음을 알 수 있는 장면들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외계 생명체를 잉태한 여자 주인공의 모습과 에일리언의 탄생 장면 등이 영화 ‘에일리언’을 떠올리게 만든다.
2093년, 메소포타미아와 아즈텍, 마야 유적지에서 발견된 동일한 패턴의 별자리 지도를 초대장이라고 여긴 인간은 우주선 ‘프로메테우스’를 타고 한 행성에 도착한다. 인류의 기원을 찾기 위해 떠난 긴 여정. 탐사대원들은 이 행성에서 거대한 유적과 맞닥뜨린다.
장대한 여행 끝에 마주한 신비한 행성은 전율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탐사를 시작한 이들은 인간과 DNA가 일치하는 외계 생명체를 발견, 인류의 기원에 대한 열쇠를 쥔 듯했다. 하지만 이 생명체는 인류의 기원이 아닌 인류의 종말이었다. 판도라의 상자는 그렇게 열려 버렸다.
‘프로메테우스’는 누가, 왜 인간을 창조했는지에 대해 고민했다. 스콧 감독은 이 오래된 고민의 답을 외계인이라고 상상했다. ‘에일리언’의 프리퀄 작업으로 시작한 영화는 제작 과정에서 방향을 틀었다. 스콧 감독은 고대 문명을 외계인이 만들었다고 주장한 에리히 폰 드니켄의 ‘신들의 전차’를 통해 영감을 얻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간이 외계인으로부터 유전자 조작을 통해 탄생한 생명체라는 내용을 영화에 담아냈다.
인간이 아닌 존재는 역시나 공포의 대상이다. 영화는 초반을 제외하고, 시종 긴장감의 연속이다. 숨죽여 봐야 하는 이유는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괴물과 인간의 형상을 한 생명체지만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존재의 두려움 때문이다.
스웨덴판 ‘밀레니엄’ 시리즈의 누미 라파스가 ‘에이리언’ 시리즈의 대표적 ‘여전사’ 시고니 위버 역할을 맡아 영화에 힘을 실었다. 엘리자베스 쇼 박사를 맡아 지적이면서도 강인한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끈다. 특히 외계 생명체를 잉태한 그가 로보틱 메디컬 포드를 통해 자가 외과 수술을 하는 장면은 긴장감을 고조에 이르게 한다.
프로메테우스호에 탑승한 인물 가운데 감정은 없지만 인간과 같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로봇 데이빗(마이클 패스벤더)도 중요하다. 능력이 월등한 로봇이 인간을 바라보는 차가운 시점은 영화를 흥미롭게 바라보게 한다. 끝까지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로봇의 존재가 다음 편을 더 기다리게 만든다.
인간의 기원을 밝혀 영생을 얻고자 하는 피터 웨이랜드(가이 피어스)와 비커스 메레디스(샤를리즈 테론)의 갈등 구조를 극대화시키지 못한 건 조금 안타까운 부분이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인물들의 부족한 설명 탓에 개운하지 못한 맛도 있다. ‘스콧의 SF’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 실망하는 이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강력하
결말에 대한 궁금증은 2시간3분 동안 계속된다. 그러다 극이 끝나면 ‘낚였다’는 생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충분히 낚일 만하다. 다음 편의 기대감 때문에.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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