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훈과 대학생 평화봉사단 'V원정단'이 주최한 '연평 아리랑'이 연평도 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지난해 이맘 때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연평도에서 첫 공연을 열었던 이들은 "1년 뒤에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1회 때는 김장훈의 공연이 주였지만, 이번에는 주민들을 중심에 세웠다. '주민 노래자랑'을 통해 주민들과 함께 즐기는 자리를 마련한 것.
"이날을 위해 1년간 트로트 연습을 했어요. 아들처럼, 형처럼, 삼촌처럼 여러분들과 놀고 잔치를 하러 왔어요." 김장훈의 인사에 관객 500여 명은 함성을 내질렀다. 이들은 김장훈 측이 준비한 바비큐 900인분과 막걸리를 배불리 먹고 흥을 돋울 준비가 된 상태였다.
딩동댕동. 노래자랑을 알리는 실로폰 소리가 경쾌하게 울리자, 주민들이 무대 위로 올라와 끼를 뽐냈다. 김장훈은 무대 위보다 아래에 있는 시간이 많았다. 흥에 겨워 절로 무대 앞으로 모여드는 사람들과 함께 어깨를 두르고 춤을 췄다. 절정은 김장훈이 준비한 '트로트 8대 메들리'였다. 빠른 가락이 쉴새없이 몰아쳤다. 주민들이 무대 위로 올라와 격렬하게 몸을 흔들었다. 연평도 주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가수 1위로 꼽힌 금잔디, 구수한 진행을 선보인 '용춘 브라더스'도 분위기를 띄우는 데 가세했다. 공연 두 시간 내내 주민들 얼굴에 활짝 웃음꽃이 피었다. 우희영 양(13)은 "작년에 장훈이 오빠가 와서 정말 놀랐는데 올해도 올 줄은 몰랐다. 며칠 전부터 온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기쁘고 기대됐다"고 말했다.
연평도는 1100가구(2000여 명)가 모여 사는 작은 어촌이다. 주로 꽃게잡이로 생계를 유지한다. 그러나 2010년 11월 북한의 포격을 받고 큰 피해를 입었다. 해병대원 2명과 민간인 2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26명이 부상을 당했다. 꽃게 수확도 감소했었다. 이날도 북방한계선 근처에 중국어선 76척이 조업을 해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러나 마을은 회복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올해 꽃게 수확은 예년보다 늘었고, 관광객 유치를 위해 인천에서 연평도로 오는 배삯을 낮추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장흥화 부면장은 "피폭 이후 많이 알려져서 국가와 시민들의 지원이 늘었다. 앞으로 '전쟁'으로 기억될 게 아니라 경제가 활성화되고 살기 좋은 마을로 알려졌으면 좋겠다.
[이선희 기자 / 사진 = 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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