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을 넘나드는 사랑을 한 탓이었을까. 이전보다 한결 눈매가 깊어졌다.
최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옥탑방 왕세자’를 끝낸 박유천을 만났다. 바쁜 인터뷰 일정 탓에 점심을 급히 먹다 체했다는 그는 정중하게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열정은 숨길 수 없는 법. 인터뷰가 시작되자 표정이 한층 진지해졌다.
‘옥탑방 왕세자’는 지난 3월 말 ‘더킹 투하츠’ ‘적도의 남자’와 함께 나란히 첫 방송을 시작해 선두 자리를 두고 치열한 전쟁을 치렀다. 호평 속에서 연일 상승세를 기록하더니 급기야 1위로 종영했다. 박유천은 예상했다는 듯 “마지막 대본을 보는데 진심으로 감동이 왔다”고 했다.
“전작에 비해 자신감 있고 편안하게 촬영한 것 같아요. ‘앞으로 연기를 하면서 이런 사람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현장 분위기도 좋았죠. 시나리오도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고요. 이민호, 최우식, 정석원 등 동료 배우들과 있을 땐 매번 웃음보가 터졌고 상대 여배우인 한지민과는 ‘10년 지기’ 마냥 편안했어요.(웃음)”
2010년 ‘성균관 스캔들’을 통해 대중과 평단의 극찬을 한 몸에 받은 그는, 전국에 ‘선준앓이’ 열풍을 일으키며 해외 팬들까지 사로잡았다. 그 해 KBS 연기대상에서 ‘남자 신인상’, ‘네티즌 인기상’, ‘베스트커플상’을 휩쓸며 3관왕을 차지했고, 후속작 ‘미스리플리’를 통해 다시 한번 도약을 꿈꿨다.
하지만 첫방부터 터졌던 배우생활에 핑크빛만 있었던 건 아니다. ‘성균관 스캔들’의 과도한 흥행이 그에게는 적잖은 부담감으로 작용했을 터.
“드라마의 흥망을 떠나 개인적으로 ‘미스 리플리’에 대한 아쉬움이 많아요. 연기 부분에서도 그렇고 심적으로도 힘들었어요. ‘성균관 스캔들’ 이후 과도하게 주목 받은 것에 대해 부담감이 컸던 것 같아요. ‘이렇게 연기 해야지’, ‘이번엔 더 잘 해야지’ 등 압박감이 컸죠. 결국 촬영 도중 출연 포기 의사를 밝히기도 했어요. 다행히 주변의 도움으로 끝까지 작품을 마치게 됐죠.”
아닌게 아니라, 박유천은 “이번 작품은 즐기면서 했다. 계획적인 접근이 아닌 즉흥 연기가 많았다. 스스로 캐릭터 관련 아이디어도 많이 냈고 모든 행동을 극중 인물에 맞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촬영 초반 개인사로 심한 마음 고생을 하기도 했다. 급박한 캐스팅으로 준비 시간이 부족한 것은 기본, 촬영 초기 JYJ ‘사생팬 논란’이 불거지며 한바탕 곤욕을 치렀고, 곧바로 ‘부친상’ 을 당하는 불운을 겪었다.
“개인적으로 힘든 일들이 많았지만 드라마 촬영은 오히려 제게 위안이 됐어요. 차를 타고 이동하는 중간 중간에 밀려오는 슬픔, 말 할 수 없는 고통으로 울컥하기도 했지만 촬영을 시작하면 모든 걸 잊을 수 있었죠. 극중 캐릭터인 정말 ‘이각’에 푹 빠져 살았고, 작품 자체에 대한 책임감과 애착이 마음을 잡아준 것 같아요. ‘나만 겪는 일이 아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마음일 빨리 추스릴 수 있었던 건 화기애애한 촬영장 분위기 덕분이기도 했다. 상대 여배우 한지민과의 호흡은 역대 최강이었고, 함께 출연한 배우들과의 호흡도 환상이었다.
“(한지민은)내가 아는 어떤 여배우들보다 가장 편안한 누나에요. 역대 최고인 것 같아요. 물론 제게만 그런 건 아니에요. 지민 누나는 워낙 털털한 성격이라 스태프들 전체와 다 친숙하고 편하게 지내죠. 아무래도 제가 동생이다 보니 더 그렇게 지낸 것 같아요. 누나 덕분에 편안하게 제 모습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었어요.”
‘팔방미인’ 박유천에게 뮤지컬 제의도 있었을 법 하다. 동료 김준수가 뮤지컬계에서 펄펄 날고 있지만, 욕심은 없을까.
“뮤지컬은 준수가 워낙 잘하잖아요. 짱이죠. (준수와) 비교는 불가피할 것 같아요. 준수보다 잘 할 자신이 없거든요. 그래서 아직 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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