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영은 “‘국민 여동생’이라는 칭호는 너무너무 감사한 말이지만 이미 내게서 떠난 지 오래 됐다”고 웃었다. “잠깐이었지만 많이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름 앞에 ‘국민’이라는 칭호가 붙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란다.
“저희는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살잖아요.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그때는 ‘국민 여동생’으로 봐주기 적합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아니죠. 계속 ‘국민 여동생’ 소리 듣고 싶으냐고요? 계속 가지고 싶지도, 그렇다고 빨리 벗어나고 싶지도 않았어요.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놔둬요. ‘과속스캔들’로 그렇게 평가 받은 건 제 인생에 한 번 있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특별한 경험이었고, 이상한 것이었어요.”(웃음)
“다양한 장르를 하고픈 욕심이 컸죠. 또 솔직히 말씀드리면 강별씨가 맡은 역할도 욕심이 났어요. 하지만 성인 연기에 첫 발도 뗐고, 책임감을 가지고 연기를 공부하는 경험을 하고 싶었어요. 남을 돋보이게 하는 것과 배려하는 것도 경험하고 싶었죠.”
출연자 중 누구보다 제일 먼저 시나리오를 받은 박보영이 섬뜩한 공포를 경험하는 동생 정미 역할보다 언니 세희를 선택한 이유다. 하지만 받쳐주는 연기는 쉽지 않았다. 김태경 감독은 “강별의 연기가 살아야 영화가 지루해지는 면이 없다”고 했고, 박보영은 감정 연기 수위를 조절했다. 끌려가도 되는 부분, 끌어가야 하는 부분을 명확하게 하려 했다. 대부분의 감정을 억눌러야 했고, 그 억누른 감정을 마지막에 폭발시켜 호평을 받았다.
“배우라는 이름 때문이기도 하죠. 일상 생황에서 무서워한다는 이유 때문에 연기하는 것이 좌지우지되지는 않아요. 아무리 무서워도 연기는 할 수 있죠. 운동을 못하는데 와이어 타는 신에서 ‘못 하겠어요’하고 도망갈 수는 없잖아요? 솔직히 제가 많이 무서워했던 것 때문에 관객들에게 공포가 잘 전달된 것 같다고 생각해요.”(웃음)
박보영은 특히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데 이미 내가 장면을 알고 있으니 그게 더 무서웠다”며 “어떤 장면이 나올지 알고 기다리는 게 무섭더라. 특히 사운드 효과가 무서웠다”고 회상했다. 촬영이 다 끝나고 나서도 무서웠는지 물었다. “촬영 때는 헛것이 많이 보였고요. 촬영 끝나고는 한 이틀 정도 거의 잠만 잔 것 같아요. 계속 누워있었죠.”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했겠다고 하자 “몸이 아프거나 하면, 부모님을 집에 오지 못하게 한다”고 했다. 괜한 걱정을 끼쳐드리고 싶지 않아서다. 홍삼과 인삼 같은 건강식품 등을 챙겨주시는 부모님이다. (박보영은 지방에서 있는 가족들과 달리 서울에서 거주하고 있다)
박보영은 부모님 뿐 아니라 동생과 언니에게도 고마움을 느낀다. 특히 혼자 보낸 시간이 많은 ‘고3’이 된 동생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언니가 연예인이라 괴롭히는 친구들이 있는데도, 언니에게 피해가 갈까봐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착한 독생이란다. 기특한 동생에게 가장 좋은 선물은 뭐냐고 물으니 “부모님 몰래 주는 용돈”이라고 웃었다.
“예전에 풍선타고 올라간 것처럼 확 올라갔어요. 그러다가 미풍에도 흔들린다는 것을 깨달았죠. 지금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시행착오를 거치더라도 여러 가지를 해보고 싶어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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