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샌델(59) 하버드대 교수가 한국에서 공개 강연 2차례를 성공적으로 끝냈다. 1일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1만5000명, 2일 SBS 등촌동 공개홀에서 녹화된 ‘지식나눔 콘서트-아이러브인’에서 1000여명을 대상으로 했다. 청중 규모는 차이가 났지만 열정은 똑같았다.
이야기 주제는 한류스타들이 군복무 기간만큼의 수입을 국가에 낸다면 군 면제를 시켜도 되는지, 비싼 대학등록금을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교과서에 기업광고를 실어도 되는지, 기부금을 내고 대학에 입학에도 되는지, 돈을 받고 임상실험에 참여하는 게 허용돼야 하는지, 유명한 외국 스포츠 선수를 거액을 들여 영입해도 될지를 찬반토론 했다. 연세대에서 논의한 내용과 맥이 닿았고 비슷한 점도 있었지만, 다른 내용들도 있어 청중의 관심을 끌었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시장경제체제에서 시장사회로 변했다. 시장경제체제는 효과적인 도구를 통해 전 세계에 번영과 부를 가져왔다. 하지만 시장사회는 모든 것을 돈으로 살 수 있는 사회다.” 샌델 교수는 모든 것을 매매하고 거래할 수 있는 시장사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며 강연을 시작했다.
“가장 좋아하는 스타를 꼽아 달라”는 그의 말에 몇몇 청중이 “비!”라고 외쳤다. 샌델 교수가 던진 첫 번째 질문은 “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비와 같은 스타들이 군복무 기간만큼의 수입을 국가에 내고 군 면제를 받게 한다면 어떨까?”였다.
정치학을 배우는 한 여학생은 “금메달을 따면 군 면제를 시켜준다. 국위선양을 했다는 이유”라며 “한국을 알리는 한류스타들도 면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 여고생도 “한국의 이미지도 좋아지고 벌어들인 외화로 군장비 등을 살 수 있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외국에서 13년을 살다 온 한 남자 대학생은 “군 입대는 한국인으로서의 의무”라며 “돈을 내고 면제를 받는다면 군인들의 사기도 떨어지고, 나중에는 돈이 없다는 이유로 군대를 가야만 된다. 그렇다면 나라를 향한 마음이 낮아지고 말 것”이라고 짚었다. 한 여성도 “나라마다 따라야 할 특성과 관습이 있고,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 있다”고 반대했다.
샌델 교수는 돈으로 살수 없는 것들에 대해 논의를 확장했다. 시민의 의무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에 대한 또 다른 예는 바로 투표권. 투표권에 대해서도 청중은 “사회적인 의무”라는 시각과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는 이들로부터 표를 얻어 투표를 하는 게 뭐가 나쁜가”라는 입장이 대립했다.
서초구 방배동에서 왔다는 한 여학생은 “학교는 도덕성과 이상적인 것을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보루다. 학생들이 올바른 가치로 성장할 수 있게 해야 하는 곳”이라며 “교과서에 광고를 싣는 건 학생들의 심리적이고 무의식적인 소비 욕구를 건드릴 수 있다”고 반대했다.
기부 입학제에 대해서는 “능력이 있는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갈 기회를 박탈당한다” 와 “기여 입학제로 얻는 이익이 크다”는 입장이 부딪혔다. 샌델 교수는 “1명을 기부 입학시키고 5명의 가난한 학생을 장학금으로 도울 수 있다”는 의견에 대한 생각도 물었다. 양측의 의견은 여전히 대립했다. “더 많은 기회를 준다”와 “공정성 위반”이라는 입장이 상충했다.
샌델 교수는 한국 국민 38%가, 미국 국민 10%가 기부 입학제에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를 전했다. 하지만 “기여금이 5명의 학생에게 장학금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자 기부 입학제에 대한 미국 국민의 찬성 비율이 38%가 됐다”고 덧붙였다.
임상실험 참여 문제에 대한 토론이 이어질 때도 샌델 교수의 눈은 반짝였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은 자유롭지 않은, 강압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중년 남성의 말이 흥미롭다”며 찬성과 반대의 양측의 이야기를 개진시켰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끈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 선수들을 영입한다면 어떨지에 대해서도 경쟁과 정체성, 공정성에 대한 논의로 이야기를 끌어올려 눈길을 사로잡았다.
샌델 교수는 강연이 끝난 뒤 국내 언론과 만나 “미국과 영국, 네덜란드, 일본 등에서 강연을 했는데 모든 사람들이 ‘돈과 시장이 공공재를 어떻게 써야 되는가’, ‘비시장적 가치를 몰아내야 하는가’ 등에 대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며 “특히 한국 청중만큼 토론을 잘한 이들이 없었다. 질문을 생각하게 하는데 놀라운 역할을 했다. 돈과 시장에 대한 토론은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도 계속 이야기가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또 자신의 책이 유독 한국에서 큰 사랑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이런 열광적인 반응이 충격적이고 놀라웠지만, 겸손해지기도 했다”며 “한국인들은 정의와 공공의
한편 샌델 교수가 지식 나눔의 의미로 무료로 참여한 SBS TV ‘지식나눔 콘서트-아이러브인’의 자세한 강연은 17일 방송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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